‘탈주’ 이종필 감독 “질주하는 이제훈과 사랑스러운 구교환, 그저 좋았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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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는 직선형 영화다.
이 감독은 "'탈주'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 '뺄셈의 영화'다. 짧고 명확하다. 젊은 친구가 고뇌하는 걸 안 봤으면 했다. 고뇌는 현실에서 하니까.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고 수행하는 것만 보여줬다. 내가 뺀 부분은 관객이 채워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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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탈주’는 직선형 영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 나가는 북한군 규남(이제훈 분)이 있고, 그를 뒤쫓는 장교 현상(구교환 분)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 가장 빠르게 달리고 뒤쫓을 뿐이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왜?’를 빼버리자 강한 긴박감을 얻었다. 이종필 감독의 의도였다.
반대로 여백이 생겼다. 왜 저렇게 달려야만 하는가, 왜 목숨 걸고 남한으로 넘어와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않았다. 감독은 그 빈 공간을 관객이 채우길 원했다. 고뇌로 벅찬 현실의 어려움을 영화에서조차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객에게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 영화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부차적인 것들을 뺐다. 이 감독은 ‘탈주’를 두고 ‘뺄셈의 영화’라고 칭했다.
이 감독은 “‘탈주’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 ‘뺄셈의 영화’다. 짧고 명확하다. 젊은 친구가 고뇌하는 걸 안 봤으면 했다. 고뇌는 현실에서 하니까.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고 수행하는 것만 보여줬다. 내가 뺀 부분은 관객이 채워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주’는 전역을 앞두고 월남 계획을 세운 규남과 그를 쫓는 현상의 목숨 건 추격을 다룬다. 북한 병사의 이야기임에도 이데올로기가 빠져 있다. 오히려 조폭영화와 결이 비슷하다. 다만, 규남이 왜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북을 탈출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달릴 뿐이다.
“‘탈주’는 도피나 도망, 회피가 아니라 기존의 질서와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움을 끌어내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단순한 도망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행복이나 꿈, 자신의 가치로 나아가는 영화라 생각해요. 친구 한 명이 퇴사하고 싶어서 울었어요. 하지만 퇴사 뒤 재취업했고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짜증내더라고요. 퇴사할 때 쾌감을 얻은 거죠. ‘탈주’랑 닮았어요.”
이제훈은 ‘탈주’ 촬영 후에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무릎이 쑤시는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 갓 40대에 접어든 젊은 배우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를 보면 더 큰 병에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카메라 달린 차가 포르쉐였어요. 러시아 장비인데, 이거 하나면 연출자는 게임이 끝나요. 배우가 힘든 거죠. 죽도록 달렸는데, 그만큼 표정이 안 살아있으면 다시 찍었어요. 이제훈과 눈 마주치기도 미안했어요. 원래 이제훈 몸이 크고 굵은, 전형적인 자본주의 근육으로 이뤄졌어요. 2주만에 북한군으로 바꿔왔어요. 노출이 짧았지만, 강렬했죠. 투정도 안 부리고 그냥 해내요. 프로의식이 대단해요.”
올해 나온 영화 중 가장 관능적인 캐릭터 중 하나가 현상이다. ‘서울의 봄’ 전두광(황정민 분), ‘파묘’ 화림(김고은 분)에 견주어도 손색없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능미를 꼿꼿하게 유지했다.
“항상 궁금했어요. ‘왜 모든 사람들이 구교환을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죠. 함께 일해보니 즐겁고 사랑스러웠어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영화를 사랑해요. 주고받는 재미가 있어요. 마지막 엔딩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다가 나온 거예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좋은 장면으로 이어졌죠.”
실제 한국정세는 어지럽다. 북한과 남한 사이에 기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득일지 실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 감독도 긴장하고 있다.
“저는 북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에요. 북한이 배경이지만, 우리와 밀접한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이데올로기도 없잖아요. 관객이 재밌게 보고 감정적 만족을 느꼈으면 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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