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어폰·TV까지 안베끼는게 없네”…‘짝퉁 한국산’ 13조원 유통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4. 7. 5. 0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ECD, 한국기업 위조상품 피해 분석
삼성 이어폰·LG전자 TV 등
위조품 2건중 1건 전자제품
홍콩·중국 제조가 90% 달해
한국기업 매출손실 年7조원
일자리 1만4천개 증발한 셈
정부 세수손실도 年 1.8조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중국산 짝퉁 불닭볶음면. [사진 =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지난해 초 특허청과 베이징 해외지식재산센터, 주중한국대사관은 중국 전역에 걸쳐 지식재산권 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K-뷰티’ 유행으로 필러과 보톨리눔톡신 등 한국산 미용의약품이 대거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22개 도시의 도매시장 36개소, 피부관리숍 및 병원, 시술소 등 166개소, 12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3165점의 위조상품이 적발된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억원 정도다.

지난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트라(KOTRA) 국정감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블루투스 이어폰 짝퉁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제품은 정품가격(18만9000원)의 10%에도 못미치는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당시 김 의원은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짝퉁제품으로 국내기업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자사의 유사 제품을 취급해 온 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스탠바이미’ 유사 제품을 유통·판매해 온 P사를 상대로 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한국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조상품이 한 해 97억달러(약13조4015억원) 규모로 유통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한 해 전체 수출액의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이 크게 침해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업의 위조상품 2건 중 1건은 전자제품이었으며, 위조상품 대부분은 홍콩(69%)과 중국(17%)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특허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불법무역과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위조상품 유통에 따른 한국 기업의 경제적 피해를 분석하기 위해 특허청이 OECD에 의뢰한 연구결과다. OECD가 한국기업 위조상품 유통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첫 사례다.

한국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위조상품의 국제 교역액은 2021년 기준 97억 달러다. 이 중 가전 제품, 전자 및 통신 장비 관련 위조제품의 교역액이 가장 컸다. 약 61억달러(약8조42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체 교역액의 62%를 차지한다. 관련 제품의 한국 상표와 특허가 국제 교역에서 주 위조 대상이 된 셈이다. 가장 흔히 위조되는 한국 제품은 휴대폰, TV, 스크린, 배터리와 헤드폰, 케이블, 충전기, 케이스 등의 관련 부속품이었다.

다음으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관련 위조상품의 교역액이 컸다. 약 25억달러(약3조4542억원)를 기록했다. 이어 시계 및 보석류(3.2억달러), 의류·신발류·가죽 및 관련 제품(2.5억달러), 향수 및 화장품(2.3억달러), 가구·조명기기 및 기타 제조품(1.5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전자기기와 전자제품은 위조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제품군으로 분석됐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해 세관에서 압류된 제품 중 51%가 전기기기 및 전자제품으로 나타났다. 이어 섬유·의류 20%, 화장품 15%, 잡화 6%, 장난감 게임 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조상품이 유래된 지역은 홍콩의 비중이 가장 컸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압류된 위조 제품 중 69%가 홍콩에서 생산거나 홍콩을 경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17%로 다음을 차지했다. OECD는 “압류 가액 기준으로도 홍콩과 중국은 한국 지재권 침해 위조품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OECD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국가이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에 견고하게 통합돼 다양한 부문에서 위조상품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지식재산권이 위조와 도용의 대상이 되면서 한국 경제를 위조상품 위협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국제 교역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한국 기업의 매출 손실은 61억달러(6조7980억원)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해 한국 기업 총 매출액의 0.6%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가전·전자·통신장비가 36억달러로 가장 손실이 컸고, 자동차가 18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OECD는 일자리 역시 2021년 한 해에 1만3855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제조업 부문 전체 근로자 수의 0.7%에 해당하는 수치다. 위조가 없었다면 일자리 수를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 정부 세수 역시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매출과 수익 감소는 한국 지식재산권 보유자의 법인세 납부액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근로자 수가 감소하면 한국 정부가 징수하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부담금 세수도 감소한다. OECD는 지식재산권 침해로 2021년 정부 세수 손실이 15억7000달러(1조8000억원)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OECD는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부담금 총 징수액의 0.6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