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손흥민 선수처럼”…‘불안한 마케팅’에 허리 휘는 학부모들

정인선 기자 2024. 7.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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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3학년 두 축구선수 아들을 둔 ㄱ씨는 한 달에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 가량을 아이들을 위해 쓴다.

매달 학교 축구팀에 내야 하는 회비가 1인당 120∼130만원 가량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사설 클럽에서는 전문 선수뿐 아니라 취미반 선수를 확보해 재정적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슨까지 받으며 축구한다고 모두 손흥민이 되는 것도 아닌 만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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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뒤집어야 산다]
픽사베이.

고교 1학년, 3학년 두 축구선수 아들을 둔 ㄱ씨는 한 달에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 가량을 아이들을 위해 쓴다.

비용 중 회비의 비중이 가장 크다. 매달 학교 축구팀에 내야 하는 회비가 1인당 120∼130만원 가량이다. 대회에 참가할 때면 하루 약 10만원, 2주 기준 150만원 가량의 합숙 비용과 간식비 등이 추가로 드는데, 매년 6∼8월에 여러 개의 대회가 촘촘히 몰려 있다.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 등 성적을 내면 월 회비의 5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체력, 스피드, 볼 컨트롤 등 분야별 개인 레슨비로 회당 약 7∼10만원을 쓴다. 주말 이틀 개인 레슨을 받으면 50∼60만원이 추가된다. 20∼30만원에 달하는 축구화도 세 달에 한 번 꼴로 바꿔줘야 한다. ㄱ씨는 “맞벌이를 해도 부담이 크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니 나중에 원망을 안 들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축구가 아닌 일반 고교생 자녀 두 명의 학원, 과외비가 축구 회비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프로축구 산하 유스팀에서는 선수들에게 회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선수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또 화성시 U-12 팀(월 40만원)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유소년팀의 회비는 저렴하다. 이에 비해 사설 클럽이나 학원 축구부의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돼 학부모 지출이 커진다. 유소년 축구 선수 학부모 온라인 카페에 “중등 회비 얼마나 드나요?” 등 교육비로 고민하는 글이 올라오는 이유다. 일부 사설 클럽이 “유소년 선수들 영어 공부하고 있나요?” 등의 글을 올리는 것은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사설 클럽에서는 전문 선수뿐 아니라 취미반 선수를 확보해 재정적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슨까지 받으며 축구한다고 모두 손흥민이 되는 것도 아닌 만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축구협회도 유소년 지도자 우수 사례를 발굴해 포상하는 등 지도자들의 어려움을 보듬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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