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승인 기업 '제로'"…조각투자 시장 곡소리 퍼진 이유 [이슈+]

신민경 2024. 7.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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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추가 승인 어려울 것" 전망
법제화 불투명·당국 지정 보류 때문
"국회도 당국도 소극적" 업계 '곡소리'
사진=한경DB

"올해 더 이상의 '조각투자' 서비스 기업 승인은 없을 겁니다."

조각투자 시장에 정통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조각투자란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해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 갖는 것이다. 올 4월 총선 이후 국회의 주목도가 떨어진 가운데, 금융당국마저 조각투자 사업을 펼 유일한 방편인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에 뜸을 들이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내 조각투자 혁신금융 서비스 승인 더 없을 것" 

4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는 조각투자 사업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기마다 혁신금융 서비스 신청 접수를 꾸준히 받겠지만,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금융당국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기업 관계사이거나 수억원 수준의 로펌 비용(성공보수 포함)을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 지정됐다"며 "깐깐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에 적절한 사업모델과 여력을 갖춘 회사가 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직 법의 밖에 있는 조각투자 시장은 혁신금융 서비스가 대신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란 기존 서비스와 견줄 때 차별성과 시장성을 갖췄다고 금융위가 인정한 업무다. 선정되면 현행 금융규제 적용을 최대 5년6개월까지 피할 수 있는 특혜를 받는 것이다. 금융위는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인 일명 '금융규제 샌드박스'(규제를 풀어 혁신금융 서비스의 시범운영을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까지 혁신금융 서비스 325건을 지정했다.

이는 올해 4월 승인된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상반기 인가 받은 유일한 조각투자 기업이자 막차를 탔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조각투자사로는 1년 4개월 만에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이후로 새로운 사업자는 나타나질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각각 선박과 웹툰 지적재산권(IP)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사들이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에 실패했다. 지난달 말 열린 회의에서도 조각투자사 두 곳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내놓은 신탁수익증권 가이드라인 속 요건들이 허들이 됐다.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약 5년간 조각투자사 중 혁신금융 서비스에 지정된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신청 기업이 100곳을 훌쩍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지정률이다. 2019년 카사코리아, 2021년 루센트블록·펀드블록글로벌(펀블), 2022년 뮤직카우·에이판다파트너스에 이어서 올해 갤럭시아머니트리 컨소시엄이 승인을 받았다.

100여곳 중 6곳 지정…법제화 불확실성에 곡소리 커졌다 

승인업체 '제로'(0)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법제화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만큼 개정안의 재발의를 먼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정책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의원들의 주목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윤 의원실에서 관련 개정안 발의를 주도했다가 현재 김재섭 의원실로 옮긴 박소연 보좌관은 "따로 업계의 요청이 있진 않았다"며 "향후 여건이 될 경우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사진=ChatGPT 4o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위의 소극적인 행정처리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는 22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조각투자 관련 혁신서비스 지정에 뜸을 들이고 있다. 통상 법제화나 법 개정이 임박한 경우 당국은 심사 인력·시간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당 시장의 서비스는 심사와 지정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각투자 업계는 발의조차도 미지수인 상태에서 지정도 번번이 보류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분기 수요조사 때 두번째로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한 한 조각투자 업체 대표는 "스타트업의 혁신은 리스크(위험)로만 여기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법제화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신청을 해도 번번이 퇴짜를 놓을 것이면 '혁신금융 서비스' 제도는 왜 만든 것이냐"고 토로했다.

최근 혁신금융 서비스 심사·진행 절차가 바뀐 점도 업계에는 악재다. 지난 5월 금융위는 앞으로 혁신금융 서비스 심사 시 '수요조사' 단계를 빼겠다고 밝혔다. 수요조사란 법무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핀테크 기업들이 신청서를 낼 때 누락한 규제 법령이나 심사기준 등을 컨설팅해 주는 단계다. 하지만 '속도감을 높이라'는 감사원의 조치로 금융위가 이 단계를 제외하면서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자력으로 법령과 사업모델 검토를 하게 됐다. 신청을 해도 승인될 확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큰 돈을 주고 로펌에 컨설팅을 의뢰하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금융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최근 열린 정례회의에서 개선방안을 의논하기도 했다.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한 또 다른 조각투자 업체 대표는 "사실상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 로펌과 함께 해야 혁신금융 서비스가 지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보니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들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2년 넘게 준비하다 더는 '개점휴업' 상태를 버티기 어려워 대형 로펌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 입법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가 규제 샌드박스로 먼저 물꼬를 터준 만큼 이제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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