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칸타라 소식, 너무 마음이 아팠다"…예상치 못한 이별, 슬픔 속에서도 곽빈은 앞만 바라봤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두산 베어스 곽빈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이자 전반기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2피안타 5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7승째를 손에 넣었다.
정규시즌 시작은 패배였지만, 마무리는 승리였다. 볼넷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없는 투구였다. 곽빈은 1회 경기 시작부터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연신 뿌리며 황성빈-윤동희-전준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승엽에게 153km 직구를 공략당해 2루타를 맞으면서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노진혁과 최항을 모두 범타로 묶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롯데 선발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이 퍼펙트 투구를 펼치고 있었던 만큼 곽빈의 집중력 또한 올라갔다. 곽빈은 3회초 박승욱과 황성빈, 전준우게 각각 볼넷을 내주면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빅터 레이예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고, 4회 나승엽을 1루수 땅볼, 노진혁을 3루수 뜬공, 최항을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다시 한 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곽빈은 5회에도 박승욱과 윤동희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또 위기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나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실점 없이 롯데 타선을 묶어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든든한 타선의 지원 속에서 곽빈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고, 최고 155km의 직구(29구)와 슬라이더(25구)-커브(23구)-체인지업(19구)를 섞어 던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시즌 7승째를 수확했다.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흠뻑 젖은 채 취재진과 인터뷰를 시작한 곽빈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나가게 됐는데, 이기게 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실 상대가 윌커슨 선수라서 조금 긴장을 했다. 워낙 잘 던지는 선수인데다 6월에 엄청 좋지 않았나.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2점 안에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는 잘 풀렸다"며 볼넷이 5개였던 것도 윌커슨의 의식한 탓이었느냐는 질문에 "사사구는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괜찮아서 신경쓰지 않는다"고 싱긋 웃었다.
이날 곽빈의 커브는 그야말로 춤을 췄다. 곽빈이 책임진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곽빈은 커브에 대한 물음에 "커브에 자신감이 있는 편이라 많이 던지는데, 계속 반응이 나오더라. 실투도 있었는데 범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오늘 커브가 좋은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고, (양)의지 형도 이를 생각해서 사인을 많이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빈은 올 시즌 초반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즌 7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4월 30일에서야 감격적인 첫 승을 맛봤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이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야 승리를 수확했던 것. 곽빈은 "'운이 안 따른다'는 말도 있었지만, '올라갈 사람은 올라간다. 하면 할수록 올라간다'는 생각을 갖고 하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반기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늘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었지만, 올해는 휴식 차원에서의 공백을 제외하면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곽빈은 "부상으로 빠지지도 않았고, 휴식 차원에서 한 번 빠진 것을 제외하면 로테이션을 잘 지켰다고 생각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리고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곽빈은 이날 두산과 결별이 확정된 라울 알칸타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곽빈은 토미존 수술 등으로 인해 알칸타라가 처음 두산에 입단했던 2020시즌에는 접점이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에이스와 토종에이스로 두산의 마운드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 알칸타라는 12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으로 부진한 끝에 4일 경기에 앞서 두산과 이별이 확정됐다.
두산은 지난 5월 알칸타라가 팔꿈치 통증으로 두 번째 전열에서 이탈했을 때부터 새로운 자원을 물색했다.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기존의 폼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 거듭하면서 3년째 동행이 마무리됐다. 곽빈과 알칸타라가 함께 한 시간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지만,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새였다.
곽빈은 "오늘 출근하는 도중에 알칸타라의 소식을 들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알칸타라는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고, 정말 성격도 좋고, 잘 던져주던 선수다. 나도 부상을 당해봐서 알지만 부상으로 빠진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작별인사는 나눴냐는 말에 "출근을 하고 미팅이 있어서 인사를 못했다. 이제 인스타그램 DM으로 보낼 생각"이라며 '뭐라고 할 것이냐'는 물음에 "파파고(번역기)가 해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곽빈은 "(9회에는) 못 보겠더라. 내 승리를 지키는 것도 감사하지만,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이제 20살인 (김)택연이가 마음도 여린데 얼마나 떨릴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정이 이입됐었다"며 "후반기에는 다시 우리팀이 1위에 도전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지키겠다. 꼭 잘해서 올라가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가을에 강하지 않나.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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