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금 김희애가 원하는 연기

손정빈 기자 2024. 7.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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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정수진 맡아 열연
"40년 연기 더 이상 내 것에 큰 욕심 없어"
"상대 배우에게 좋은 배우 되는 게 목표"
"대사에 집중하다가 정수진 서사에 빠져"
"자기 관리? 그거 안 하면 뭘 하겠어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6월28일 공개)을 보면 결국엔 "역시 김희애"라는 말이 나온다. 남성들을 압도하는 위엄, 그러면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결국 폭주해버리는 '정수진'을 김희애가 아닌 다른 배우가 맡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김희애가 박경수 작가의 파워풀한 극본 덕을 본 것도 있겠지만, 김희애 고유의 에너지가 박 작가 글에 생명을 불어 넣어 줬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또래 배우 중 김희애만큼 다양한 장르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배우는 남성 배우 중에도 많지 않다. 그가 이처럼 활동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에너지 덕분인 것만 같다.

그래서 그 힘의 원천이 궁금했다. 배우 김희애(57)에게 '돌풍'을 찍으면서 욕심 낸 부분이 뭐냐고 물었다. 정수진의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이 환하게 웃으며 조곤조곤 말하는 그는 "더 바라는 건 욕심 같다"고 했다.

"글쎄요, 연기적인 것은…전 할 만큼 해온 배우이죠. 40년 했으니까요. 물론 감독님이 절 좋게 봐주고, 시청자가 절 좋게 봐주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보다 뭔가를 더 바란다는 건 욕심 같아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상대 배우에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김희애와 연기하면 연기가 잘 나온다'는 말이 나오면 좋겠어요. 상대 배우의 연기를 살려줄 정도로 연기를 한다면 저 역시 연기가 좋아질 겁니다."

'돌풍'은 타락한 대통령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뒤 재벌 권력에 철퇴를 가하려는 국무총리 박동호와 박동호를 저지하고 권력을 유지하며 대통령이 주창해온 개혁을 완수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의 대결을 그린다. 박동호의 드라마이면서 정수진의 드라마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정수진을 연기한 김희애는 박동호의 설경구, 강상운(대진그룹 부회장)의 김영민, 한민호(정수진 남편)의 이해영을 오가며 앙상블을 이룬다.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 남성 캐릭터와 한 데 엮여 들어가는 작품이 흔치 않다. 그리고 김희애는 자기 말처럼 상대가 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키며 극을 이끌어 간다.

"저도 예전엔 시청자에게 날 좋은 배우로 각인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연기한 적이 있었죠. 그러다가 그 다음엔 촬영 모니터 앞에 있는 감독 등 스태프들을 놀라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젠 제 바로 앞에 서 있는 배우에게 마음이 가요. 그들과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싶달까요. 그러면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상대 배우에게 쏟은 감정이 감독이 보고 있는 모니터로 가고, 또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 가 닿는 거겠지요. 제 마음가짐이 언제 변했는지는 저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 서서히 그렇게 변해온 것 같아요."


김희애가 정수진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시 대사였다. 박 작가 작품 특유의 문어체적 대사, 많은 양의 대사엔 어느 배우나 고전하기 마련이다. 김희애는 평소 꼭 한 번 함께해보고 싶었던 박 작가와 인연을 맺게 돼 기뻤지만, 그의 대사를 소화하는 건 꽤나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처음엔 연기는 고사하고 대사를 외우고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에만 신경을 쓸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악당 같던 정수진의 스토리에 점점 몰입하게 되면서 대사에 신경 쓰기보다는 정수진의 마음에 집중했다고 했다.

"작가님이 그러셨죠. 박동호는 위험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고, 정수진은 타락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물론 극적이고 판타지적인 데가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전 정수진이 이해가 됐어요. 그도 잘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고, 결국 선을 넘고 브레이크마저 뽑힌 겁니다. 그렇게 괴물이 돼버린 거죠."

김희애는 대사 관련 얘기를 하다가 그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대사가 잘 안 외워지고 혀도 굳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강박인지 몰라도 뇌를 계속 운동하기 위해 연기하지 않을 때도 머리를 쓰려고 한다"고 했다. 사실 김희애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온 것도, 일기를 쓰는 것도 다 결국 다 연기를 위해서 거치는 과정이나 다름 없다. 김희애 하면 곧 따라붙는 '자기 관리'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 관리요? 그거 안 하면 뭐하겠어요.(웃음) 이제 저와 배우라는 직업은 분리할 수가 없어요. 인간 김희애와 배우 김희애는 따로 있지 않다는 거죠. 물론 관리를 하다 보면 못하는 게 많죠. 그런데 대신 얻는 게 또 있어요. 그래서 제가 건강하잖아요.(웃음) 전 잠도 일찍 자요. 9시면 자요. 밤에 다녀봐야 뭐하겠어요. 사건·사고만 생기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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