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믿는 구석 있는 줄"…영풍, 등 돌린 고려아연 때문에 '비상'

최유빈 기자 2024. 7.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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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영풍-고려아연' 황산 취급대행 종료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 사진=뉴스1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제련소 부산물 취급 문제로 번졌다. 고려아연이 석포제련소의 황산 처리를 거부하자 영풍은 고려아연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비철금속업계는 50년 넘게 제련소를 운영한 영풍이 기본적인 처리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일엔 해당 사건의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황산취급대행 계약 종료를 통보해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은 2000년부터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으로 수송해 왔다. 이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되며 지난 20년 동안 이어져 왔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영풍에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근거로는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은 자사 온산제련소 내 황산 저장시설 노후화로 지난 2년간 5기를 철거한 데다 최근 외부 기관 검사 결과 황산 탱크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와 추가로 철거를 해야한다. 여기에 배출량 증가 문제까지 더해져 외부 전문업체를 통한 황산 처리 방법을 검토 중이다.


영풍, 고려아연 외에 대안 없나… 7년 계약 연장 요구


영풍은 고려아연에 7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했다. 강원도 동해항 황산 저장 탱크를 구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고려아연이 그동안 황산 처리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중단한다면 영풍은 사업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영풍 관계자는 "석포제련소가 워낙 오래된 공장이고 공간도 협소해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하기로 의견이 모였던 것이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20년 동안 유지해 온 계약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계약이 갱신된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계약 종료 2개월을 앞두고 고려아연이 종료를 통보한 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이라는 비현실적인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탱크 임대, 대체시설 마련 등 방법이 있음에도 고려아연에 처리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계약 기간을 1년 우선 연장해달라는 영풍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은 황산 관련 협상 내내 7년 연장을 고수해 왔다"며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도 6월 말에 날아온 내용증명을 통해 알게 됐고 여기에 '고려아연이 계약 1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비철금속업계는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도움 없이 주력 제품을 생산조차 할 수 없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거래를 종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황산 처리시설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고려아연도 마찬가지"라며 "75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가 황산 처리시설조차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먼저 각을 세운 만큼 관련 사업들이 정리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니겠냐"며 "영풍이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게 의아하다"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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