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끝난 줄 알았는데..‘왕년 MVP’ 옐리치는 어떻게 다시 올스타가 됐나[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의 MVP가 다시 올스타가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7월 4일(한국시간) 2024년 올스타전에 선발출전할 야수 1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올스타 팬투표로 선정된 각 리그의 '베스트 9'이다.
아메리칸리그의 애런 저지(NYY), 내셔널리그의 브라이스 하퍼(PHI)가 각각 통산 6번째, 7번째 올스타전 선발출전을 확정하며 각 리그 최다득표자가 된 가운데 5녀난에 다시 올스타전 무대를 밟게 된 선수도 있었다.
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의 외야수 크리스티안 옐리치. 옐리치는 통산 3번째 올스타 선정, 통산 2번째 올스타전 선발출전의 영광을 안았다. 2018-2019년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뒤 5년만에 다시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다.
올스타 선정이 당연한 전반기 성적을 쓰고 있다. 옐리친은 4일까지 시즌 61경기에 출전해 .333/.408/.519 9홈런 37타점 19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약 3주간 이탈한 탓에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현재 규정타석과 차이는 채 10타석 미만이다. 그리고 현재 내셔널리그 타격 선두인 오타니 쇼헤이(LAD, 타율 0.319)보다 1푼 이상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반전이다. 옐리치는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 올스타와 점점 멀어지는 중이었다. 빛나는 시간은 이미 지난 것으로 보였던 옐리치였다.
1991년생 옐리치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3순위로 플로리다 말린스(현 MIA)에 지명돼 2013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4년 첫 풀타임 시즌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2017시즌까지 마이애미에서 5년 동안 643경기에 출전해 .290/.369/.432 59홈런 293타점 72도루를 기록했다. 정교한 중장거리 타자로서 빠른 발과 견고한 수비력까지 갖춘 옐리치는 당시 지안카를로 스탠튼(현 NYY), 마르셀 오주나(현 ATL)와 함께 마이애미의 특급 외야진을 이뤘다.
마이애미가 호세 페르난데스의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파이어 세일'에 나서자 옐리치도 2018시즌에 앞서 밀워키로 트레이드 됐다. 밀워키는 옐리치를 영입하며 당시 최고 기대주였던 루이스 브린슨을 포함한 4명의 유망주를 마이애미로 보냈다.
팀을 옮긴 옐리치는 곧바로 폭발했다. 밀워키 입단 첫 시즌인 2018년 147경기 .326/.402/.598 36홈런 100타점 22도루를 기록하며 타격왕에 올랐고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2019시즌에도 130경기 .329/.429/.671 44홈런 97타점 30도루를 기록한 옐리치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르며 2019년 MVP 2위를 차지했다.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도 수상했다.
두 번째 MVP를 차지한 당시의 나이가 27세. 옐리치는 트레이드와 함께 한 단계 성장해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옐리치는 단축시즌 58경기 .205/.356/.430 12홈런 22타점에 그쳤고 2021시즌에는 117경기 .248/.362/.474 9홈런 51타점의 최악 성적을 썼다. 2020-2022시즌 3년 연속 0.800 미만의 시즌 OPS를 기록한 옐리치는 3년 동안 329경기 .243/.358/.388 35홈런 130타점 32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8-2019년의 옐리치와는 전혀 다른 선수였다.
밀워키 입장에서도 속이 탔다. 2018-2019시즌 최고의 2년을 지켜본 밀워키는 웬만해선 선수와 장기계약을 맺지 않는 팀 기조를 깨고 2020시즌에 앞서 옐리치와 9년 2억1,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 직후부터 추락한 옐리치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해 144경기 .278/.370/.447 19홈런 76타점 28도루를 기록하며 이전 3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2018-2019시즌과는 차이가 컸다.
물론 올해도 MVP 시즌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들을 살펴보면 2018-2019시즌과는 달라진 점이 많다.
2018-2019시즌 옐리치는 배럴타구 비율이 15%에 육박하는 선수였다. 발사각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평균 시속 93마일의 엄청난 타구를 날리며 리그 상위 1%의 기대 타율, 기대 장타율을 기록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당시의 절반 수준의 배럴타구 비율(6.7%)과 중상위권의 기대 장타율(상위 27%)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타구 질이 감안된 지표인 기대가중출루율(xwOBA), 컨택 시 기대가중출루율(xwOBAcon)도 상위권이기는 하지만 5년 전처럼 리그 최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지난 4년보다는 좋은 기록이다.
타구 질이 당시보다 좋지 않은 가운데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커리어 최고 수치를 쓰고 있다. 옐리치는 지난해까지 통산 BABIP가 0.348이었지만 올해 BABIP는 무려 0.395다. 타구 질의 향상으로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상당한 운이 따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여전히 평균 시속 91마일의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인 만큼 모든 것을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난 몇 년의 성적이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였다는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MVP 시즌에 비해 부진했고 특급 계약의 기대치에 비해 아쉬웠을 뿐 옐리치는 한 번도 생산성이 낮은 타자였던 적은 없다.
옐리치는 아직 32세다.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다고 볼 수 없는 나이. 올시즌이 반등의 시작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과연 5년만에 다시 올스타가 된 옐리치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자료사진=크리스티안 옐리치)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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