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정 반대, 컨트롤에 실수가 없다" 1740억 에이스 향한 리스펙, 그리고 이마나가의 끝없는 반성과 자기 객관화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6~7점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6이닝 동안 투구수 86구,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8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역투를 펼쳤으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다.
이마나가는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마나가는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시절 한차례 '노히트노런을 포함해 165경기에 나서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남겼으나, 올해 초 메이저리그에서의 모습은 '압권'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마나가는 데뷔 첫 등판에서 콜롤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치는 등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0.98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이마나가는 훌륭한 스타트를 바탕으로 '이달의 신인'의 영광을 안았고, 5월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9번째 등판을 마친 시점에서 이마나가의 성적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에 불과했다. 150km를 넘나드는 구속을 바탕으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하이 패스트볼은 일본 시절 이마나가의 투구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었지만, 빅리그 타자들을 요리하기엔 충분했고, 이마나가의 매 등판이 메이저리그 역사와 연결될 정도였다.
물론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이마나가는 지난 4월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4⅓이닝 7실점(7자책)으로 무너지면서 한차례 고배를 마시더니, 직후 등판에서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4⅓이닝 5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이마나가는 신시내티 레즈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데, 6월 22일 뉴욕 메츠와 맞대결 악몽이었다. 이마나가의 커리어에서도 '최악'의 오점이 되는 경기였다.
메츠와 두 번째 맞대결이었던 이마나가는 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피홈런 2개를 포함해 무려 11피안타를 허용하는 등 10실점(10자책)으로 주저 앉았다. 이마나가 커리어에서 10실점 경기는 메츠전이 처음이었다. 특히 메츠전 결과로 인해 이마나가의 평균자책점은 1.89에서 2.96으로 수직 상승했고, 이 한 번의 등판으로 인해 이마나가는 내셔널리그 신인왕과 사이영상 경쟁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됐다. 현 시점에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는 '특급유망주'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다.
그래도 이마나가는 일단 악몽에서는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이마나가는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으나, 6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이마나가가 입을 열었다. 이마나가는 "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10실점 경기 이후) 무척이나 불안했다. 잠을 잘 못자는 날이 많았다. 완급 조절을 통해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직전 등판을 통해 느꼈다"고 털어놨다.
계속해서 이마나가는 "메이저리그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왜 80%의 힘으로 던지려고 했을까. 내 자신의 힘을 엄청나게 과신하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향해 채찍질을 하며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님께서 캠프에서 '맞아도 일어서면 돼. 맞는 것은 나쁜게 아니야. 그 이후에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지난 등판에 너무 많이 맞아서 꽤 힘든 한 주였지만, 일어서려는 자세를 누군가는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경기 연속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이마나가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닝을 시작했으나 두 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은 뒤 2회에는 선두타자 안타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곁들이며 필라델피아 타선을 요리했다. 이마나가는 3회 라파엘 마르첸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으나, 요한 로하스와 브라이슨 스탓, 트레이 터너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4~5회에도 실점 없이 필라델피아 타선을 묶어내며 스일 요건을 갖췄다.
직전 등판과 마찬가지로 가장 아쉬운 장면은 6회였다. 이마나가는 샌프란시스코전에도 순항을 하던 중 6회 추가 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날도 6회초 터너에게 안타를 맞은 뒤 알렉 봄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하면서 승리 요건이 아닌 패전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게 됐다. 그래도 타선이 경기 후반 힘을 내면서 3-3으로 균형을 맞추게 됐고, 이마나가는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패전 위기에서 탈출한 것에 만족했다.
이마나가는 샌프란시스코전이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필라델피아 라인업을 보면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쓸데없는 생각을 갖지 않고 베스트 퍼포먼스를 내는 것만 신경을 썼다. 오늘은 하드 히트가 많았기 때문에 3점으로 잘 마무리가 됐다. 6~7점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전개였다. "오늘 좋은 공도 나쁜 공도 있었다. 앞으로 실전에서 던져야 할 공이다. 불펜에서 좋은 것은 자기만족일 뿐"고 냉정히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이마나가는 이날 올 시즌에 앞서 필라델이파와 3년 1억 2600만 달러(약 1740억원)의 연장 계약을 맺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96승을 기록 중인 잭 휠러와 맞붙었는데, 빅리그 최상위 레벨에 속한 선수와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투구를 뽐냈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나와는 정반대의 피칭인 줄 알았다. 컨트롤에서 실수가 없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타자를 압박했다. 내가 부족한 것을 많이 갖고 있는 대단한 투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마나가는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냉정한 평가를 쏟아내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7승 2패 평균자책점 3.16의 성적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한 성적이다. 이에 카운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최근 두 경기에서도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올스타에 걸맞은 활약"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마나가는 "올스타 출전을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좋은 내용의 등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없는 반성과 냉정한 자기 객관화. 이마나가가 매번 훌륭한 투구를 거듭하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