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5인5색으로 다채롭게, 웃으며 성장하리

한겨레 2024. 7.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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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거기,책방다섯
거기,책방다섯 외부 모습.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며 만난 다섯 명은 서로를 눈여겨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 책과 연결된 공간을 꾸미고 싶은 마음속 작은 소망을 느끼고 있었다. 노노가 옆구리를 찔렀다. “우리 일단 공부를 해봐요. 뭔가 알아야 일도 저지르지요.” 그렇게 지난해 6월 우리는 한배를 탔다. ‘거기,책방다섯’은 노노, 데보라, 앤, 서린, 수수가 함께 운영한다. 올해 4월 정식으로 책방을 열었다. 여수의 구도심이자 관광의 중심인 여수밤바다 이순신광장 근처 골목 안에 자리를 잡았다. 책방의 슬로건은 ‘5인5색 큐레이션’ 책방이다. 거기에 ‘책 문턱을 낮추는 책방’, ‘여수 여행의 추억을 담는 책방’, ‘책 문화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가치를 담고자 한다.

거기,책방다섯의 상징인 상괭이.

노노 이야기

노노에게 책은 ‘원터치’ 피난처다. 힘들거나 고민이 많을 때면 책을 펼치고 그 속에 잠시 숨기만 하면 된다. 책 속의 문장에서 위로받고 책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노노가 이만큼 자란 것은 모두 책 덕분이다. 아직 더 자라고 싶기에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책으로 사람을 이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 많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실천해 볼 작정이다.

데보라 이야기

데보라에게 책은 타임머신이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 그림에 관한 책을 많이 보는데, 책을 보면 화가가 있던 그 시절 그 장소로 가게 된다. 그림을 직접 보면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책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책방에 오는 분들에게도 이런 기분을 선물하고 싶다. 데보라가 큐레이션한 책으로.

앤 이야기

앤에게 책은 따뜻한 엄마의 무릎이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거나 도피하고 싶을 때 책을 든다. 책을 읽다 보면 현실의 나는 잊어버리고, 책의 주인공이 되어 바다로 우주로 이동하며 자유로워진다. 어릴 적 무릎에 앉혀 포근히 안아 책을 읽어주던 엄마처럼 책은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로 여행의 안내자가 되고, 휴식처가 되어 준다. 누군가에게 기쁨과 안식처가 되는 책방이길 꿈꾼다.

거기,책방다섯의 내부 모습.

서린 이야기

서린에게 책은 신호등이다. 앞으로 나아갈지, 신중하게 살펴볼 때인지, 멈춰야 할 때인지를 책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방을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책방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책장에 꽂힌 책들, 책방을 방문한 분들의 말과 표정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깨달음을 얻는다. 책방지기들과 책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5년 뒤 변화될 서린의 모습이 자못 기대된다.

수수 이야기

수수에게 책은 논알코올 맥주다. 피로할 때 마시는 시원한 한잔의 맥주처럼 책은 시름을 잊게 하고 낭만을 선물한다. 시와 소설을 좋아한다. 고전이라 불리는 것을 의무처럼 읽지만 그런 책이 너무 좋다. 내성적인 수수에게 책은 다정한 친구였고 말로는 다하지 못할 위로가 되었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책방이라는 꿈을 실현했으니 이 책방과 함께 낭만적으로 늙어가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거기,책방다섯의 내부 모습.
거기,책방다섯의 내부 모습.

책방 대표 프로그램은 ‘15분책시’다. 읽고 싶은 책을 책방에 맡기고 짬날 때 들러 15분 이상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언제든 편하게 와서 책을 읽는 회원은 책방의 소중한 친구다. ‘하이파이브’는 매달 책방에서 선정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영어원서를 함께 읽는 ‘원서원해’, 함께 낭독으로 책을 읽는 ‘명낭독서’,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서로 격려하며 읽는 ‘솔찬한독서’가 있다.

책방이 사라지는 시기다. 책방 로고를 상괭이로 정한 것도 책방의 운명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웃는 돌고래라 부르는 상괭이처럼 우리도 웃고 싶다. 이제 3개월차 초보 책방지기들이지만 꿈은 야무지다. 책을 통해 지역민과 만나려고 한다. 출판사를 등록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관광지인 구도심에 책방이 있어서 여행자들도 책방을 많이 찾는다. 여행자들이 우리 책방으로 여수를 추억하게 하고 싶다. 무엇보다 가장 큰 꿈은 책방지기 다섯이 책방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여수/글·사진 거기,책방다섯 책방지기들

거기,책방다섯

전라남도 여수시 동문로 10-8(중앙동)

instagram.com/bookshop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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