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과학산책] 상수도, 하수도 그리고 빗물

2024. 7. 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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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평년보다 더 덥고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런던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시 전역에 걸쳐 지름 3.5m의 지하 하수도 공사를 했다.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을 지하 물탱크에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지하터널을 통해 강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독일은 도시의 녹지 확보, 옥상정원, 물이 스며드는 도로포장 등을 활용해 빗물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도시 곳곳에서 흡수되도록 하는 스펀지 도시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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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평년보다 더 덥고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일어난다. 빗물 관리는 현대 도시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고대의 물관리는 상수도 중심이었다. 로마제국의 위정자들은 수십㎞ 떨어진 곳의 깨끗한 물을 도시로 끌어오기 위한 인프라인 아쿠아 덕트를 만들었다. 그들은 경사를 이용해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지하에 터널을 파고 수도관을 묻었다. 계곡이나 강처럼 지하 연결이 어려운 곳에서는 수도관이 지날 다리를 건설했다. 지금 남아 있는 수도교를 보면 그 거대한 규모와 정교한 석조 건축술에 감탄할 정도다. 예를 들어 기원전 1세기의 수도교인 가르교는 가르동강을 가로지르는 높이 50m에 3단 아치, 길이 270m의 거대한 다리다. 1단은 보행자, 2단은 수도관, 3단은 빗물용 통로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건축공법을 사용한 구조물이었다. 로마제국의 위정자들은 깨끗한 먹는 물 공급에 진심이었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시기에 유럽의 대도시에서 물관리는 하수에 집중됐다. 도시에 몰려든 엄청난 인구가 만들어 내는 오물과 폐수 때문에 강과 지하수가 오염됐다. 이 때문에 1850년대에 파리,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하수도 인프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거대한 지하터널을 파고 경사를 이용해 하수를 흘려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수도가 바로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그 높고 넓은 지하터널이다. 1878년에 높이 약 5m, 총연장 600㎞의 지하 하수도가 건설됐다. 런던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시 전역에 걸쳐 지름 3.5m의 지하 하수도 공사를 했다. 둘 다 수년 또는 수십년간 도시 전역을 파헤치는 대공사다.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하수 처리는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했다.

21세기 대도시의 물관리 과제는 기후변화가 촉발한 집중호우 대응, 즉 빗물 관리다. 대응책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거대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도쿄는 거대한 지하배수 통로를 만들었다. 폭 78m, 높이 177m의 지하물탱크를 만들고 폭 10m, 길이 6.3㎞의 지하터널과 연결했다.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을 지하 물탱크에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지하터널을 통해 강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둘째, 분산형 시스템이다. 독일은 도시의 녹지 확보, 옥상정원, 물이 스며드는 도로포장 등을 활용해 빗물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도시 곳곳에서 흡수되도록 하는 스펀지 도시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하수도의 부하, 거대 배수시설 건설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 한다.

서울은 이미 2010, 2011, 2022년에 도심에서 차가 물에 잠기는 침수를 겪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1차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수구가 나뭇잎 등으로 덮여 물이 하수구로 흘러가지 못한 점 등 관리 문제, 잘못 설계된 하수도와 배수구 위치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제 어쩌면 또 ‘물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7월인데, 우리 사회는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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