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냐"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재점화'
모녀+신 회장 지분 48% 넘어
임 형제 측 "이사회 장악 불가능해"
끝난 줄로만 알았던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싸움이 재개됐다. 모녀와 형제 간의 싸움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잡았던 형제의 손을 놓고 다시 모녀 쪽으로 돌아서면서다. 신 회장의 지원으로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되찾아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모녀·형제간 경영권 분쟁 키맨' 신동국, 경영 참여하나
전날 신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6.5%(444만4187주)를 매입하는 계약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송 회장 지분은 11.93%에서 6.16%로, 임 부회장 지분은 10.43%에서 9.7%로 줄어들었다. 대신 신 회장 지분은 12.43%에서 18.93%로 모녀 지분의 합보다 많아졌다. 이 3인의 우호 지분은 총 48.19%로 과반에 근접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에 서서 형제가 경영권을 쥘 수 있게 한 장본이이었던 신 회장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꿔 이번에는 모녀와 손을 맞잡았다. 2020년 고 임성기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산을 상속받은 모녀는 5천억원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
이때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반기를 들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형제는 지난 3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임종윤·임종훈이 이사로 선임돼 통합을 무산시켰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지난 5월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송 회장은 해임됐고 경영권 분쟁은 끝나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때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 당시 지분 12%를 쥐고 있던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었다. 그러나 임 선대회장의 '막역한 고향 후배'인 신 회장이 이번에 다시 한번 형제에게 등을 돌리면서 '형제의 승리'로 끝날 듯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100일 전 '형제의 승리' 가져다 준 신 회장은 왜 돌아섰나
그가 한미그룹 지분 매입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데는 주가 하락과 형제 측의 홀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OCI그룹과 통합 추진에 실패한 뒤로 한미약품그룹이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가 30% 이상 하락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송 회장과 신 회장 측이 지난 3일 지분 거래와 공동 의결권 약정 계약을 맺은 후 "혼란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지속 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힌 것도 주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기존 오너 중심 체제에서 현장 중심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대주주가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한편 회사의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국내 관계자를 통해 "(이번 거래와 관련) 경영권 분쟁 언급은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등 혼란스럽게 한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 최초 유포자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모두 신 회장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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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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