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때렸다'는 손웅정, 남자가 여자 때리고 하는 말"

박상혁 기자 2024. 7. 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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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반복되는 체육계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스포츠 교육기관도 다른 교육기관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화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스포츠인권연구소 등이 4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개최한 아동·청소년 스포츠인권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손 감독과 아카데미 코치진들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에 달하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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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문화·체육계 "폭언·체벌 극복해 성과 냈다는 영웅 서사 반성해야"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반복되는 체육계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스포츠 교육기관도 다른 교육기관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화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스포츠인권연구소 등이 4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개최한 아동·청소년 스포츠인권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손 감독과 아카데미 코치진들이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에 달하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희준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집행위원은 손 감독이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언행과 행동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교제 폭력 등 이성 간 폭력 행위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다 그렇게 말한다. '사랑해서 때렸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자체가 언어 도단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이나 미국 같았으면 당장 스포츠계에서 퇴출당할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굉장히 무거운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맞아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거라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맞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제패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스포츠에 폭력이 자리할 공간은 없다. 아이들의 눈물 젖은 메달 따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체벌이 교육자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키선수 출신이자 운동선수 자녀를 둔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총장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고등학생이 지각해서 방망이로 체벌한 교사가 '다른 형태로도 교육적 지도가 가능한데도 폭력으로 지도하는 방식은 위법'이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개인적 경험과 판례를 모두 고려했을 때, 교육자의 폭언과 폭력은 자신의 실력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조항과 정신에 따라 아동 보호를 위한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나라 출신이든, 축구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든 상관없이 모두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원칙이 포함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축구연맹(FIFA)은 유엔아동권리협약 조항과 정신에 따라 아동 보호를 위한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나라 출신이든, 축구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든 상관없이 모두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원칙이 포함돼있다.

대한학교체육회 소속 이병호 교사는 "폭언과 체벌을 극복했기 때문에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우리나라의 영웅 서사를 반성해야 한다"며 "이 구조를 거부하고 손 감독과 학대 가담자들을 단호히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들이 양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가 나서서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감시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지식·기술·예능과 관련한 학교 밖 개인교습 행위는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이같은 법률을 통해 일반 학원은 아동학대 행위가 이뤄질 경우 폐업 명령도 받을 수 있지만, 체육계는 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의 관리감독 대상에 체육계를 포함하라고 권고했으나, 교육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단장으로 근무했던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학교 밖에 나가서 운동하면 문제가 계속 발생할 걸 알면서도 외면한 결과가 지금의 사건을 만들었다"라며 "교육 당국이 스포츠 교육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고, 체육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열린 '손축구아카데미 스포츠 폭력 사건을 통해 돌아본 아동·청소년 스포츠 인권의 현 주소' 긴급토론회에서 정희준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집행위원이 '손축구아카데미 스포츠 폭력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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