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실시간 외환전쟁…새벽까지 시장 모니터링"
실시간 환율로 거래하는 딜러들 "식사는 도시락"
야간 근무자 '주간업무 인수인계' 중요 한목소리
체감상 NDF 영향 줄어···"4일 FOMC 발표, 추가근무"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A은행 외환 딜링룸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김명철(가명) 과장의 하루는 오후 5시에 시작한다. 딜링룸 야간조인 김 과장은 출근하자마자 주간조 이주호(가명) 대리에게 서울 외국환 시장 주간 분위기를 묻고, 곧바로 주요국 경제지표발표도 꼼꼼히 챙겼다. 이날은 한국시각 3일 오후 10시 45분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일 오전 3시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는 날이다.
이어 “오늘 새벽엔 FOMC 발표가 예정돼 있다”며 “오늘 같은 날은 오전 3시 넘어서까지 실시간으로 발표 내용을 확인하고, 시장 상황도 모니터링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6시가 되자 오전 7시30분에 출근한 ‘주간조’ 이 대리는 퇴근을, ‘야간조’ 김 과장은 업무를 시작했다. 김 과장과 이 대리는 주간부터 야간까지 은행 외환거래를 책임지는 ‘딜링룸’ 부서원이다. 올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이 당일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한 ‘외환시장 개방조치’를 시작했다. 금융 중심지 영국 런던의 거래시간을 포함하기 위해서다.
평일 오후 3시 30분까지만 운영하던 외환시장 영업시간이 연장되면서 당일 외환 거래에 ‘마침표’가 사라졌다. 이주호 대리는 “주간업무는 영업점으로부터 오는 거래 전화가 1.5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이 대리와 김 과장은 외환시장 시간 연장 조치 이후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끊임없는 대고객 물량 거래’와 ‘실시간 진행하는 글로벌 경제 이슈 체크’를 꼽았다. 오후 9시까지 비교적 평평하게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린 야간조 김 과장은 체감 상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Non-Deliverable Forward) 영향권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그동안 딜러들은 낮에 장 마감 후 주로 NDF 시장을 이용해 남은 주문을 처리해왔다. NDF란 계약 환율과 만기 시점의 환율 간 차액만큼 원화가 아닌 달러로 결제하는 선물환을 말한다. 김 과장은 “기존 야간 달러·원 거래를 위해선 NDF 거래를 해야 했으나 외환시장 구조개선 이후엔 서울 외국환 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해외시장을 다시 모니터링한 뒤, 업무에 돌입했다. 미국 서비스업 PMI가 발표된 오후 10시45분, 전월 대비 5포인트가 뚝 떨어진 48.8 수치가 발표되자 원·달러 환율도 급하게 요동쳤다. 서비스업 PMI 지수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의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상보다 낮은 수치가 발표되자 김 과장과 딜링룸 직원들의 손과 입도 분주해졌다. 환율 변동에 따라 ‘매도’, ‘매수’를 반복하며 딜링룸엔 컴퓨터 마우스 클릭 소리만 그득했다.
시계가 4일 오전 12시를 가리키자 김 과장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주요 지표가 발표되는 날에는 식사시간이라도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으면서 환율과 지표 변동성을 체크한다”며 “서울 외국환 시장 종료 시간인 오전 2시까지 잘 버텨야 한다”고 했다. 오전 2시가 되자 직원들은 일단 포지션 마감을 시작했다. 야간 시장에 일어난 대고객 거래와 대은행 거래 내역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또 회계처리 절차도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보내면 공식 퇴근 시간이 온다. 이날 김 과장은 FOMC 의사록 발표가 남아 있어 딜링룸에 좀 더 머무르기로 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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