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장미정원의 비밀…마약왕 이황순의 '히로뽕 밀조 공장'

김효정 2024. 7. 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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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장미정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

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장미정원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1975년의 그날을 추적했다.

1975년, 부산 수영만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한 별장. 이곳에 고급 승용차를 탄 한 남자가 들어섰다.

독일산 셰퍼드들을 지나 그는 극도로 보안에 신경 쓰며 장미정원으로 향했다. 이웃과 전혀 교류도 하지 않는 그가 숨긴 것은 대체 무엇일까?

마치 요새 같은 별장을 만든 이는 바로 마약왕 이황순. 그는 부산의 유명 조직 칠성파의 조직원으로 들어간 후 밀수에 가담했다. 여느 조직원이었던 그는 밀수에 가담하며 큰돈을 손에 쥐게 되었고 그 후 히로뽕 밀조 기술을 배워 히로뽕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부산항에 이어 인천항까지 밀수 루트를 확장한 조직들. 이에 밀수 수사에 집중하고 있던 인천지검 윤재기 검사에게 누군가가 제보 전화를 걸어왔다. 홍콩에서 인천항으로 거대한 밀수선이 들어온다는 것.

이에 윤 검사는 밀수선을 급습했고 다량의 염산에페드린을 발견했다. 이는 바로 히로뽕의 원료인 것. 그리고 윤 검사는 이를 기반으로 마약 판매책이나 마약 투약, 구매자뿐 아니라 마약 피라미드의 상선 중 상선인 원료 공급책을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수사망을 좁혀갔고 히로뽕 밀조의 최상선인 이황순을 포착했다. 경찰은 그를 잡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학산 별장에 잠복했다.

1973년 형집행정지로 석방 후 6년간 행방불명이었던 이황순을 잠복 끝에 포착했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그의 별장을 포위했다. 하지만 이중 철제대문에 CCTV, 담장 위에는 철조망까지 설치하며 보안을 신경 쓴 이황순의 별장은 요새와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해도 사나운 셰퍼드가 기다리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

이에 경찰은 그의 형을 이용해 이황순을 회유하려고 했다. 잠시 후 총성이 들리고 이황순은 경찰들에 의해 실려 나왔다. 형과 대화를 나누던 이황순이 극단적이 선택을 했고, 형이 이를 급히 막아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던 것.

의식을 잃은 이황순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의식이 회복된 후 조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를 취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그의 별장에서 중요 단서를 찾기 위해 집중했다. 그리고 장미 정원 아래 지하 공간을 포착했다. 그곳은 바로 마약 제조 시 설인 밀조 현장이었다.

또한 장미 정원 위에 설치된 환풍기는 히로뽕을 만들 때 나는 악취는 없애기 위한 장치였고, 이에 장미가 히로뽕 악취에 향기를 모두 잃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폐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악취가 심한 수영만 앞바다에 자리한 학산 별장은 마약을 제조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황순은 이곳에서 무려 300kg의 히로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는 당시 돈으로 300억 이상의 가치였다.

그리고 그는 히로뽕 품질 검사를 위해 직접 자신에게 주사를 했고, 점차 중독되며 하루에 6차례 씩 히로뽕 주사를 맞았던 것이 밝혀졌다. 또한 그의 별장에는 히로뽕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사우나 시설까지 완비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황순 체포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현재의 보건복지부인 보사부의 직원들이 매일같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이황순이 검거되기 2년 전 한 통의 투서에 따르면 경찰이 이황순에게 뇌물을 받았다며 그를 못 잡은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것도 교도소 의무과장에게 뇌물을 주고 가짜 진단서를 받았기 때문이었고 1976년부터 1979년까지 부산 마약단속반장 김계장은 이황순에게 3차례에 걸쳐 5천만 원의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한 둘이 아니었다.

이황순이 거래한 마약을 투약한 마약범은 12명이 검거되었는데 그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무려 13명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이황순은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가 사라졌음에도 마약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소규모 조직이 남아 마약을 계속 제조했고, 마약 밀조 공장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일본으로의 수출이 막히나 히로뽕은 본격적으로 국내 유통이 되었고 이에 70년대 후반 마약 중독자들의 수가 급증했다.

1세대 마약범이었던 이황순은 일본 시장을 겨냥했다. 그리고 이후 2세대는 국내파, 3세대는 SNS를 무대로 거래를 했다. 이에 구매자도 판매자도 10대인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나도 모르는 사이 마약에 노출되기도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마약왕 이황순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마약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만 769kg. 이는 서울 인구 약 940만 명 전부가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는 양이다.

이에 방송은 마약을 시작한다는 것은 출구 없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마약의 위험성과 경각심을 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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