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김삿갓-부산 야구왕… 지자체, 로컬 뮤지컬에 꽂히다

이지윤 기자 2024. 7.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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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물길 따라 삿갓을 쓰고 그렇고 그런 세상 그대로 지나가세."

이를 재창작한 뮤지컬 '영월 김삿갓, 노마드 시인'이 영월 관풍헌 야외무대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된다.

유소년 야구단의 꿈과 성장을 그린 가족 뮤지컬로, 뮤지컬 '마리 퀴리' '광주' 등을 만든 공연제작사 라이브와 부산시, 부산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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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문화 활성화 전략 일환
제작사는 비용 지원에 리스크 줄어
부산의 문화 아이콘인 야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야구왕, 마린스!’. 라이브 제공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삿갓을 쓰고 그렇고 그런 세상 그대로 지나가세.”

삿갓 하나 쓴 채 발 닿는 대로 조선을 방랑한 사람이 있다. 양반가 자제임에도 선대의 죄로 인해 벼슬길이 막혀 강원 영월에서 방랑 생활을 시작한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김병연의 이야기다. 이를 재창작한 뮤지컬 ‘영월 김삿갓, 노마드 시인’이 영월 관풍헌 야외무대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된다. 영월군과 지역 극단 ‘시와별’이 공동 기획했다.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고유 문화를 담은 창작뮤지컬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7일 강원 춘천시 봄내극장에서는 강릉의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한 강릉시의 창작뮤지컬 ‘월화전’이 공연된다. 신라시대 명문가의 외동딸 연화와 마을에 새로 부임한 화랑 무월랑 간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상설 공연을 목표로 기획됐으며 강릉 출신 배우, 창작진이 제작에 참여했다.

지역 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도 있다. 지난달 4∼9일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야구왕, 마린스!’가 그것. 유소년 야구단의 꿈과 성장을 그린 가족 뮤지컬로, 뮤지컬 ‘마리 퀴리’ ‘광주’ 등을 만든 공연제작사 라이브와 부산시, 부산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했다. ‘구도(球都) 부산’이라고도 불리며 야구가 지역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데서 착안했다. 배우 김수로가 해설가 역을 맡았고 실제 야구장을 표현한 무대, 속도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등이 볼거리로 꼽혔다. 총 8회 공연됐고, 관객 5000여 명을 모았다.

이런 ‘로컬 뮤지컬’은 지역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진다. 황숙희 영월군 문화관광체육과 팀장은 “관광지가 문을 닫는 야간에도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지역 침체를 막고자 기획됐다”며 “뮤지컬은 단순 노래나 연극과 비교해 시민 접근성과 흡인력이 훨씬 높은 장르”라고 말했다.

지역 예술가를 육성한다는 의의도 있다. ‘야구왕, 마린스!’에는 부산 출신 신진 예술가 30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배우 9명, 연주자 10명, 음향·조명 등 창작진 11명 등이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지역 예술인을 발굴, 양성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작품”이라며 “지역 특화 브랜드로 키운 뒤 다른 지역에서도 순회공연을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제작사에는 창작뮤지컬 초연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배경희 라이브 콘텐츠사업부 팀장은 “지자체의 비용 지원을 받음으로써 비교적 낮은 리스크로 새 콘텐츠를 창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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