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새들의 공화국은 왜 사라졌나

경기일보 2024. 7.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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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새들의 나라가 있어 번영을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새들의 나라에 임금이 바뀌어 뻐꾸기가 왕위에 올랐다.

더 안타까운 일은 동종(同種)의 암컷과 수컷의 소리를 찾아 짝을 맺어 번식을 해야 하는 새들이 오직 뻐꾸기 소리뿐이니 점점 멸종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뻐꾸기 왕은 뒤늦게 모든 새들이 '같은 목소리'만 내게 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새 왕국이 지상에서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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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前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옛날에 새들의 나라가 있어 번영을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새들의 나라에 임금이 바뀌어 뻐꾸기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왕위에 오른 기념으로 새들의 노래 대회를 열었다. 까치, 비둘기, 참새, 부엉이, 잉꼬, 딱따구리, 꿩, 꾀꼬리... 모든 새가 다 참여해 노래 솜씨를 뽐냈다.

심사 결과 뻐꾸기가 1등을 했다. 심사를 맡은 채점자들이 임금과 동종인 뻐꾸기를 밀어줬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제 알을 낳는 소위 ‘탁란(托卵)’으로 유명하고 그래서 새의 세계에서는 악명이 높다. 임금 뻐꾸기는 앞으로 우리 새의 왕국에서는 뻐꾸기 노래만 부르게 하고 만약 다른 목소리를 내면 추방하겠다고 선포했다. 과연 이들 새 나라에서는 꿩이나 까치, 비둘기 소리 같은 다양한 소리는 사라지고 이 산 저 산 오직 뻐꾸기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더 안타까운 일은 동종(同種)의 암컷과 수컷의 소리를 찾아 짝을 맺어 번식을 해야 하는 새들이 오직 뻐꾸기 소리뿐이니 점점 멸종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뻐꾸기 왕은 뒤늦게 모든 새들이 ‘같은 목소리’만 내게 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새 왕국이 지상에서 사라진 후였다.

7~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로 정치권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나 홀로 출마와 연임이 확실해졌다. 이인영 의원의 출마 고심이 전해지고 있으나 당내 분위기는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결국 지방선거 공천과 대선 직전까지 당권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 목표는 대권.

사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로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라면 이 대표를 조선의 정조대왕에 비유하거나 어떤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하며 면전에서 절을 올린 것 등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이재명 대표를 사법 리스크에서 몸 바쳐 지키겠다”라는 소리도 한둘이 아니다.

새들의 왕국에서 뻐꾸기 소리만 가득 찬 일화를 생각게 한다. 특히 ‘아버지’ 이야기는 당내에서도 일부 곤혹스러운 눈치다. 사실 이 지구상에서 국가 지도자를 향해 ‘어버이 수령’이라고 부르는 곳은 북한밖에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귀를 간지럽게 만드는 것이다. 오죽하면 영남의 유림들이 ‘아버지’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겠는가. 그 최고위원이 그와 같은 예법이 ‘남인들의 예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남인이건 북인, 서인, 노론, 소론, 당쟁은 심했으나 그런 식의 아부는 철저히 배격했다.

오히려 효종의 의붓어머니 자의대비 상복 입는 기간을 몇 년으로 하느냐로 서인과 남인 사이에 정권을 건 예송이 전개될 정도였다. 그러니 남인들이 들고일어날 만하다. 당내 분위기가 이렇게 되면 ‘나도 당 대표 하겠다’고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과거 당 대표나 대권 경선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가를 보면 안다.

정말 나무가 우거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산에 오르면 작은 새들에서 큰 새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참 아름답다.

사실 그것이 산이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때로는 무질서하게 보일지라도 인류가 발명한 최선의 정치 제도인 것도 바로 이 같은 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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