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피치클록·휴식기·ABS…현장 여론 반영될까

안승호 기자 2024. 7. 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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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7·6 감독자 회의’
허구연 KBO 총재(오른쪽)와 조계현 전력강화 위원장. 연합뉴스



오는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2024시즌 KBO리그 올스타전에서는 10개구단 간판스타들이 모인다. 10개구단 사령탑도 한 자리에 모인다. 허구연 KBO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감독자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KBO리그 ‘감독자 회의’는 최근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현장 수뇌부들이 모이는 ‘감독자 회의’는 말 그대로 회의에 가까웠다. 구체적인 주제를 두고 회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014년 올스타전 중 열린 감독자 회의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행 방식에 합의해 KBO에 입장을 전달하고, 미디어에 그 내용을 공표했다. 이듬해 9개구단에서 10개구단 체제로 확대되며 팀당 144경기를 벌여야 하는 것에 대비해 1군 엔트리 확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근래 감독자 회의 분위기로는 굉장히 낯선 내용이다. 최근 감독자 회의는 ‘티타임’ 성격으로 진행된다. 무거운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일이 드물다. 올해 감독자 회의의 다른 이름 또한 ‘티타임’이다.

최근에는 야구인 출신 단장이 늘면서 단장 회의인 실행위원회 영역이 넓어졌다. 실행위원회를 거친 안건들은 의결 기구인 이사회로 통한다. 규칙과 규약 등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제도들이 이 같은 절차로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KBO도, 각 구단 감독들도 가시적인 내용을 들고 만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의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 도입을 기점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올해처럼 큰 변화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또 올해처럼 KBO와 구단, 현장 사이 ‘소통의 길’에 병목 현상이 잦았던 적도 없었다.

올시즌 전격 도입이 예고했던 피치클록이 시범경기를 거치며 논란을 생산하다 보류된 것부터 소통 체계가 애매모호한 탓이었다. 마치 난해한 미술 작품을 보듯 각자 시선에서 해석이 달랐다. 구단별 현장 이해도가 천차만별이었다. 예컨대 LG는 올시즌 도입을 전제로 준비했던 반면, KT와 롯데 등은 피치클록 도입 스케줄을 계산에 넣지 않고 시범경기에 돌입하며 ‘피치클록’이라는 화두 하나로 잡음이 이어졌다. KBO는 ‘협의’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통보’였다는 반응이었다. KBO는 피치클록 도입 시점을 1년 뒤인 2025년으로 미뤘지만 리그 참가자간 의견이 아직도 하나로 통일된 상황은 아니다.

올시즌 올스타브레이크 기간이 종전 일주일에서 나흘로 단축된 것을 두고 최근 현장에서 줄이어 불만을 드러낸 것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염경엽 LG 감독이 휴식기 단축으로 올스타전 출전 선수들이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것을 성난 목소리로 지적하자 이강철 KT 감독, 김태형 롯데 감독 등이 작심 발언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 감독 모두 KBO 행정에 현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을 주된 문제로 삼았다.

이에 KBO는 올시즌 일정이 지난해 9월 실행위원회를 시작으로 논의 확정되는 과정에서 구단별 의견 취합 시간도 뒀던 내용을 끄집어내며 불편한 입장도 나타냈는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KBO-구단-현장의 소통 줄기가 각양각색으로 불분명한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해당 관계자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늘리면 사건 사고가 날 여지가 생긴다며 기간 단축을 반기는 구단도 있었다”며 최근 현장 반응과는 달랐던 당시 분위기도 전했다.

KBO의 변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ABS 도입 이후 보완책이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ABS 못지않게 야구를 바꿀 수 있는 피치클록 또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적어도 앞으로 소통에 따른 시행착오는 없었으면 한다. 하나의 결정 사안을 두고, 실행 준비 과정에서 10개구단 더그아웃에서 10개의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제도 안착까지 추진력을 갖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번 ‘7·6 감독자 회의’는 특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슈에 대한 의견 정리는 기본. 현 제도에서 현장 의견이 취합 반영되는, 모두의 ‘방법’을 찾는 자리일 필요가 있다. 소통의 ‘길’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야구인 출신 허구연 KBO 총재도, 감독들도 향후 의견 조정 절차 공유를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 하나쯤 들고 만나면 어떨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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