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 강한 ‘자율주행의 눈’… 값은 ‘라이다’ 20분의 1

황규락 기자 2024. 7. 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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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사이드] [2] ‘4D 이미징 레이더’ 비트센싱

2015년 2월,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짙은 해무가 운전자 시야를 가리면서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당시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 만도에서 국내 최초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용 레이더 개발을 이끌던 이재은 연구원은 “악천후에도 전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징 레이더가 있었다면 큰 사고가 없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수많은 부품을 개발하는 대기업의 연구원이 아니라, 아예 회사를 차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퇴사를 고민하던 이 연구원은 2017년 한 콘퍼런스에서 한 스타트업 투자사 대표를 만나 자신의 사업 구상을 이야기했다. 기술에 대한 연구원의 확신을 보고 이 투자사가 창업 자금을 대기로 했다. 자율주행 레이더 전문기업 ‘비트센싱’의 출발이었다. 최근 만난 이재은(42) 대표는 “몇백억 원씩 투자받던 미국 스타트업의 제품을 하나씩 뜯어보며 ‘당장 만들어도 이 제품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이미징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는 비트센싱의 이재은 대표가 최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4D 이미징 레이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자율주행의 눈

비트센싱이 개발한 것은 ‘4D 이미징 레이더’라는 기술로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을 돕는 안전장치 기능을 한다. 입체(3D)적으로 사물을 인식할 뿐 아니라, 속도 같은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4D(4차원)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래픽=양진경

현재 자율주행차에는 주변 정보 인식을 위해 ‘라이다(Lidar)’라는 장비가 탑재된다. 라이다는 레이저 광선으로 주변 지형과 물체 형상을 센티미터 단위로 파악해 자율주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기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 만큼 당장 양산차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자동차에는 일반 레이더 센서나 카메라가 활용된다. 전파를 사용하는 고해상도 레이더는 물체와의 거리와 속도, 대략적인 모양은 인식할 수 있으나 정확한 형태까지는 알 수 없다. 이를 보완하는 게 카메라지만, 악천후에 취약하다.

‘4D 이미징 레이더’는 전자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레이더와 같다. 하지만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자파의 정보를 이미지로 바꿔 인식할 수 있다. 레이더에 비해 사물을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300m 거리까지 지형 지물의 높낮이 등을 인식할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전방의 물체가 사람인지 사물인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가격은 라이다의 20분의 1 수준이다. 초고가 차량뿐 아니라 일반 차량에도 탑재돼 악천후 속에서도 운전자를 도울 수 있다. 이 대표는 “자동차에 이미징 레이더 센서를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교통사고를 3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징 레이더 설루션 기업 '비트센싱'이 개발한 4D 이미징 레이더 '에어(AIR) 4D'. 자율주행용 이미징 레이더 에어 4D는 300m 이상 거리까지 감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128개 차량까지 식별할 수 있다./비트센싱

◇센서 기술로 스마트시티 등 사업 확장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는 생각보다 더디게 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징 레이더 등 하드웨어를 장착한 제품을 미리 출시해 성능을 개선하면서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비트센싱은 SDV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에 미리 자동차용 센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양진경

국내 자동차 부품 공급사와 내년부터 4D 이미징 레이더의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개발한 센서 기술을 헬스케어와 스마트시트 교통 관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차세대 교통 관제 시스템 실증에 나서는 한편, 레이더 센서로 사람의 호흡을 분석해 수면 점수를 매기는 등 슬립테크 분야에도 독일 반도체 회사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기술과 사업성을 인정받으면서 최근 HL만도와 KDB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 “카메라와 다르게 센서는 사생활 침해 위험이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기술을 활용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등 확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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