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간 마블의 구세주 왔소” 거침없는 두 히어로의 귀환

백수진 기자 2024. 7. 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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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앞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한때 엑스맨으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폐인처럼 살고 있는 울버린(휴 잭맨·오른쪽)에게 자신과 모든 면에서 상극인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금(禁) 히어로 데드풀이 마블의 구세주를 자처하며 돌아왔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엑스맨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합류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한 뒤, 디즈니 산하 마블 스튜디오에서 처음 내놓는 엑스맨 영화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 ‘인사이드 아웃2′의 성적(1억5500만달러)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히어로 은퇴 후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자신의 우주를 지키기 위해 울버린(휴 잭맨)을 찾아나서는 이야기. 언론에 미리 공개한 40분짜리 영상에서 데드풀은 죽은 울버린의 무덤을 파묘하며 등장하더니 스스로를 “마블의 구세주”라 칭한다. 데드풀의 성역 없는 조롱과 풍자는 마블도 피해갈 수 없다. “(MCU가) 요새 좀 맛이 갔다”거나, “멀티버스 좀 그만두면 안 되냐”며 비아냥대는 등 관객이 가려웠던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준다.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데드풀은 스크린을 뚫고 쉴 새 없이 관객에게 말을 거는 괴짜 캐릭터. 극 중 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데드풀만의 매력을 살려 영화를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정면 돌파했다. 3일 숀 레비 감독, 휴 잭맨과 함께 내한한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마블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고, 약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외부적인 요인을 떠나서 이 영화를 만들 때 최우선 순위는 고삐 풀린 재미와 뻔뻔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디즈니의 ‘어벤져스’와 폭스의 ‘엑스맨’으로 나뉘어 있었던 세계관의 통합도 히어로물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하다. 데드풀이 ‘어벤져스’를 지망하며 면접을 보러 가거나, 멀티버스를 관장하는 시간 관리국(TVA)에 끌려가는 등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볼거리가 화려해졌다. 숀 레비 감독은 “마블과 디즈니는 처음부터 이 영화가 기존의 디즈니 영화와는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데드풀 영화의 DNA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블 최초의 청소년 관람불가(R등급) 영화다. 입만 열면 욕설에, B급 개그와 잔혹한 액션으로 인기를 끈 데드풀은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와는 가장 거리가 먼 캐릭터. 디즈니 영화에서도 여전히 경박하고 저속한 ‘구강 액션’을 선보인다. 19금 유머를 구사하면서 “이거 디즈니 영화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물론 디즈니의 폭스 인수 등 영화 밖의 배경을 알아야 웃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왼쪽)와 휴 잭맨이 4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그래픽=이진영

‘로건’(2017)을 마지막으로 히어로 은퇴를 선언했던 휴 잭맨은 이를 번복하고 7년 만에 다시 울버린 역으로 돌아왔다. 잭맨은 지금까지 25년간 총 10편의 영화에서 울버린을 연기했다.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던 울버린의 복귀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잭맨은 “25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하면서 이만큼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이전에 탐구하지 않았던 캐릭터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숀 레비 감독은 “이 영화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통해 처음 만난 잭맨과 레이놀즈는 실제로도 17년 지기 절친이다. 레이놀즈는 “데드풀이 울버린한테 말하는 건지, 제가 휴 잭맨한테 말하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고, 이어 휴 잭맨도 “라이언이 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나만큼이나 울버린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거들었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서울 고척돔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홍보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이 6번째 내한인 휴 잭맨은 특유의 묵직한 저음으로 “2009년에 서울시 홍보대사로 임명됐는데, 임기가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나는 서울의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이놀즈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한국의 홍보를 위해선 휴의 홍보대사직을 박탈하고, 대신 데드풀과 울버린을 한국군의 최전방에 배치해달라”며 농담을 던졌다.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장수 히어로답게 답변마저 데드풀과 울버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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