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소개로 데뷔해 55년… 김도향 “90세까지 노래하겠소”

윤수정 기자 2024. 7. 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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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고음악계 대부 김도향
올해 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수 김도향은 “2019년 ‘쓸쓸해서 행복하다’는 곡을 쓰며 한 차례 인생을 돌아봤다. 쓸쓸함을 느껴봐야 행복한 맛이 생긴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이~상하게 생겼네, 롯데 스크류바!”

1986년 가수 김도향(79)이 직접 쓰고 부른 이 CM송은 오랫동안 여름을 알리던 신호탄이었다. 줄줄이 사탕, 삼립호빵, 화장지 뽀삐, 아카시아껌, 맛동산, 월드콘 등 1970년~1990년대 그가 쓴 광고음악만 3000여 곡. 일상 곳곳에서 그가 쓴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1995년 ‘럭키금성’이 ‘LG’로 사명을 바꿀 때도 그가 쓴 ‘사랑해요~LG’ CM송 멜로디가 쓰였다.

한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 TV와 라디오 광고에서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가수. 국내 광고음악계 대부로 통하는 김도향이 데뷔 55주년을 맞았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수많은 광고 히트곡 탄생 비결로 “물건과 교감을 잘 나누는 기질”을 꼽았다. “어떤 물건을 집중해서 쳐다보면 그게 제 특징을 노래하면서 춤을 추고, 말을 걸어온다”고 했다.

가수로서 그의 대표곡인 ‘바보처럼 살았군요(1980년)’ 역시 “창밖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관찰하다 번뜩 나온 곡”이라고 했다. “제가 당시 명문이라 불렸던 경기고를 나왔어요. 데뷔 초 후배들 사이 ‘명문대 안 가고 가수라니, 학교 망신’이란 이야기에 위축됐죠. 한동안 동창회도 못 갔는데, 이 노래를 쓰고 가게 됐습니다. 잘난 것도 없는 내가 인간처럼만 살면 됐지,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광고음악계로의 전향은 그에게 처음에는 아픈 새출발이었다. “1974년 가요 차트 1위부터 20위까지 인기 가수들이 전부 휩쓸렸던 대마초 파동으로 가요계가 위축됐고, 때마침 기업들의 CM송 의뢰가 쏟아진 것이 활로가 됐다”고 했다. 이후 가수 윤형주와 함께 1975년 ‘서울오디오’란 녹음실을 차린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아기공룡 둘리’ 등 만화와 태교, 명상 음악으로까지 분야를 넓혀갔다. “많게는 하루 50곡까지 CM송 의뢰가 밀려들었다. 결국 5분에 하나씩 머릿속으로 명상하며 곡을 쓰는 지경까지 가면서 명상 음악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첫 가수 시작점을 군대 동기였던 손장철과 결성한 ‘투 코리언스’의 1970년 데뷔곡 ‘벽오동 심은 뜻은’으로 꼽는다. 토속적인 민요풍 선율에 자유분방한 흑인 솔 창법으로 “와뜨뜨뜨~”를 뱉어낸 이들의 노래는 당시 영미권 팝송 번안곡이 주류던 가요계에서 새로운 시도로 호평받았다. 두 사람은 70년대 포크 가수들의 사랑방인 ‘명동 YWCA 청개구리’ 출신. 김도향은 이곳을 “양희은, 김민기, 서유석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한때 서로의 발꼬랑내를 맡고, 육두문자를 나누며 음악을 찐하게 토론하던 곳”으로 추억했다. “거기서 무대 사회를 보던 유명 음악평론가 이백천씨가 우리 매니저가 됐죠. ‘투 코리안스’란 이름도 ‘너넨 노래 울림통이 유독 크니 쩌렁쩌렁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이다’란 뜻으로 그분이 붙여 준 거예요.”

스스로 꼽는 가수 시작점은 1969년 ‘KBS 그랜드쇼’. “당시 아르바이트로 노래한 신촌 나이트클럽에서 공연 시간대가 겹친 가수 이미자씨와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된 무대”라고 했다. 당시 그녀로부터 “얘, 넌 왜 이렇게 노래를 지저분하게 부르니. 박자대로 불러”라며 따끔히 지적받은 걸 “아직도 토씨 하나 잊어버릴 수 없다”며 웃었다. “본래는 집 근처 ‘우미관’이란 영화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영화감독을 꿈꿨어요. 톰 존스, 레이 찰스 등을 무작정 따라 했을 뿐 노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니 얼마나 엉망이었겠어요.” 이후 연습에 매진했고, 다시 이미자와 마주쳤을 땐 “당시 KBS PD였던 그분의 현 남편을 소개 받았고, 방송 데뷔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김도향은 오는 8월 속초, 9월 울산, 10월 당진을 거쳐 내년 5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1000석 규모로 데뷔 55주년 투어 공연을 연다. 그는 “일부러 소극장 위주로 공연을 꾸렸다”며 “가수 생활만 오래됐지 정작 시골 장터 외엔 제대로 극장 무대에 서 본 적이 거의 없어 관객을 제대로 마주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컴퓨터로 하는 이른바 ‘미디 작곡’ 공부도 시작했다”고 했다. “하루 6시간씩 푹 빠졌더니 눈이 침침해졌지만 온갖 좋은 소리를 다 가져다 쓰는 신세계더라. 내년쯤 미디 작곡으로 신곡 발매가 목표”라고 했다. 다만 “내 노래 목표는 90세 은퇴”라고 했다. “나 혼자 들을 노래는 100세까지도 할 수 있지만 흔들림 없는 노래는 90세까지가 딱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내 음악이 환갑연을 맞는 때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래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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