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빌딩 내 370평 어린이집… 부모 전용 주차장까지

성유진 기자 2024. 7. 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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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KT
4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이윤섭(왼쪽) 과장이 ‘임신축하패키지’ 선물을 전달받고 있다. 이 과장 부부 아이는 내년 2월 태어날 예정이다. 패키지는 임산부용 튼살크림과 샴푸, 신생아용 손수건, 속싸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KT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광화문 광장 옆 KT 웨스트 사옥에는 내년 9월쯤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생긴다. 바로 이 건물 3층에 들어서는 1220㎡(약 370평) 규모의 어린이집이다. 100명이 넘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 KT가 서울·경기에서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 6곳의 전체 보육 아동 수(115명)만큼을 더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돌봄 시설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다.

특히 아이와 함께 등·하원하는 부모 직원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도 지하주차장에 만들고 있다. 승용차로 회사까지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손동욱(42) 부장은 “광화문 사옥에 어린이집이 생기고 전용 주차 공간까지 마련되면 등·하원이 한결 편해질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평소 손 부장은 평일 아침마다 혜화 사옥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준 뒤 광화문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차는 주변 유료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부모 주차 공간까지

KT는 새 어린이집에 부모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원어민 강사를 포함한 우수 교사진도 배치하기로 했다. KT가 이처럼 세밀한 지원책을 구상할 수 있었던 건 지난 3월 꾸려진 ‘하이 베이비 TF(태스크포스)’ 덕이 크다. 김영섭 대표가 “임신·육아 중인 직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해 만들어졌다.

이 TF에는 대구·경북, 전남·전북 등 각 지역 부문에서 온 직원과 네트워크·경영지원 등 부서별 직원 15명이 참여한다. 인사·재원 등을 담당하는 회사 실무진 14명과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돼 있다. 육아 지원 TF지만 아이 키우는 직원뿐 아니라 미혼 직원과 이미 다 큰 자녀를 둔 직원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육아 지원책이 동료 직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처음부터 다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각 부서 대표 격인 이들은 지난 석 달간 동료 직원들에게서 들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사내 게시판과 설문조사를 통해 올라온 300여 건의 아이디어도 함께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육아휴직을 오래 쓰기 부담스럽다” “주차 공간이 없어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힘들다” 같은 경험에 기반한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KT는 TF 의견을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육아 복지 제도를 여럿 마련했다. 우선 소득이 줄어드는 육아휴직 기간에는 사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KT는 연이율 1%로 최대 2억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 등을 빌려주는데, 신혼 직원이 특히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육아휴직 중에는 소득이 적어 다달이 나가는 원리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회사가 보장하는 육아휴직 2년을 채 다 쓰지 못하고 복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TF에 참여한 변환(38) 차장은 “회사 재원 부담이 큰 지원책이라 실제 의견이 받아들여졌을 때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둘째 낳아도 되겠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근무 시간을 2시간 줄여주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확대한다. 기존엔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에만 사용이 가능했는데, 앞으론 임신 기간 동안 계속 쓸 수 있게 된다. 태아 검진 휴가는 남성 직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또 임신·육아 기간 필요한 물품으로 구성한 ‘임신 축하 패키지’ 선물을 남녀 구분 없이 주기로 하고, 선물을 보내는 시기도 출산에서 임신 때로 앞당겼다. “출산 시점엔 이미 대부분 물품을 사놓은 상태라 차라리 먼저 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회사 지원 속에 육아휴직자 복직 97%

이전부터 KT는 다양한 육아 친화적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직장 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1997년 분당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지난 3월 개원한 송파 어린이집까지 총 6개 사옥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또 임신 시 총 500만원의 모성보호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첫째와 둘째 아이 출산 때는 200만원, 셋째 아이부터는 300만원의 출산지원금도 주고 있다. 연 1000만원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난임 휴직도 1년간 쓸 수 있다.

올 초 서울 양천구 KT 목동 사옥 어린이집에서 요리 놀이 하는 모습. /KT

이 같은 지원 속에 KT의 육아휴직 복직자 비율은 97%(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복직 후 12개월 이상 근무를 이어 온 직원 비율도 98%로, 대부분 직원이 휴직 후 복귀해 아이를 키우며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육아 휴직자 10명 중 4명가량이 남자일 만큼, 남성 직원의 참여율도 높다.

최근 KT는 김영섭 대표 지시로 자녀를 세 명 이상 키우는 직원들에게 별도로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KT 직원 2만명 중 아이가 있는 직원은 1만5000명 정도고, 이 가운데 세 자녀 이상을 키우는 직원은 1536명이다. KT 관계자는 “회사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직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선물과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했다.

KT는 앞으로 하이 베이비 TF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만들 예정이다. 기존 사내 복지 제도를 알리고 활성화하는 데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유연근무제나 임신기 단축 근무 등을 부서 분위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단축 근무를 했지만 업무에는 지장이 없었던 사례를 알리는 등 있는 제도를 못 쓰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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