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2] 올해 중국은 또 물난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2024. 7. 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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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진영

물과 불은 삶의 필수 요소이기는 하지만 넘칠 때가 문제다. 한자 세계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물과 거센 불길을 곧 재난(災難)의 동의어로 쓸 때가 있다. 우선 ‘재난’의 앞 글자는 물과 불이 겹쳐 있는 모양새다.

시냇물을 일컫는 ‘천(巛)’이라는 글자 요소에 불이라는 ‘화(火)’가 붙어 있다. 물난리, 지독한 가뭄이나 전란(戰亂)의 참화 등을 함께 일컫는 글자다. 깊은 물, 뜨거운 불을 가리키는 수심화열(水深火熱)이나 도탄(塗炭)이 관련 표현이다.

요즘 장마철이다. 그러나 내리는 비가 마구 넘쳐 재앙을 이루는 중국 남부 상황이 심상찮다. 하천 유역이 대부분 재난 현장으로 변했다. 그런 물난리는 보통 홍수(洪水)나 홍류(洪流)로 적는다. 그저 큰물이라는 뜻의 대수(大水)라고도 한다.

중국에선 특히 홍로(洪澇)라는 단어를 잘 쓴다. 다른 곳에서 밀려 들어오는 물이 대지를 덮을 때가 ‘홍’, 현지에 내린 빗물이 땅을 삼킬 때가 ‘로’란다. 대형 수재(水災)가 발생해 불행이 잦았던 곳이라 큰물을 구분하는 개념도 발달한 듯하다.

통계에 따르면 기원전 206년부터 새 중국이 들어선 1949년까지 2155년 동안 발생한 수해(水害)는 모두 1029회로 약 2년에 한 번꼴이다. 최근 들어서도 2021년과 2023년 대형 물난리가 나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하늘에서 마구 내리는 비는 천재(天災)다. 자연의 기상 조건이 부르는 재난이다. 그러나 댐 수위를 제때 조절하지 못한다거나, 예상한 폭우에 지하도 침수를 방치하는 등의 재난도 따른다. 사람이 부르는 재앙, 곧 인재(人災)다.

중국은 곧잘 그 둘을 동렬에 놓는다. 천재인화(天災人禍)라는 성어 표현이 그렇다. 지난해에는 통치자의 업적을 보호하기 위해 엉뚱한 곳을 물에 잠기게 한 일도 벌어져 화제였다. ‘권력형 홍수’가 올해는 없을지 관심거리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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