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보호 ‘지지부진’한 정부, 최대주주 부담 완화는 ‘속전속결’

박상영 기자 2024. 7. 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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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증평가 폐지’ 우려 목소리
주식 상속·증여 부담 줄여줘
경영권 이전 관련 상황 때
제값 못 받는 개미들 위한
의무공개매수 도입은 뒷전

정부가 최대주주 주식의 상속·증여 때 적용되는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같이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섣불리 최대주주의 세 부담부터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인수자가 기존 최대주주에게 지급한 가격으로 나머지 주주 지분에 대해서도 공개매수를 제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최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비싼 값에 주식을 팔지만, 일반주주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장치로, 주요국에서는 이미 운용 중이다.

영국은 30% 미만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가 30%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잔여주식 전부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30% 이상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잔여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 청약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공개매수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자발적으로 낮추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게 책정되면 나머지 주주들의 매도가 촉발돼 필요 이상의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배권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며 “무턱대고 할증평가부터 폐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한 배경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할증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실질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외국도 할증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제도 자체를 없앤 셈이다.

그러나 외국에선 다양한 방법으로 할증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회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지배권 할증을 평가해 적용한다. 독일은 지배주주가 지분율을 75% 보유한 경우, 최대 25% 할증을 적용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률적으로 할증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는 만큼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따라 차등해서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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