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토링] 머릿수 많다고 전쟁서 승리하랴

이남석 발행인 2024. 7. 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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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열정·소통의 리더 이순신74
“필사즉생 필생즉사” 언급한 순신
이순신 격멸 다짐한 왜군 총대장
병선 500여척, 수군 2만명 파견
울둘목으로 들어간 왜군 함선들
난중일기로 본 치열한 명량해전

전쟁에서 군사를 많이 가진 쪽이 늘 승리하는 건 아니다. 전쟁의 승부를 가르는 건 '군사 수'가 아니라 전략과 의지다. 비단 전쟁만이 아니다. 정글과 같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와 전략만 있다면 작은 기업도 큰 기업을 이길 수 있다. 문제는 그럴 만한 경쟁을 펼칠 만큼 시장이 '평평하느냐'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어떨까.

작은 기업도 큰 기업을 능히 이길 수 있다. 전제는 기회가 공정한가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순신은 명량해전 하루 전날 전라우수영 앞바다 진영의 대장선으로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엄중한 훈시와 독려를 했다. "병법에서 이르기를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라고 했다.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가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면 즉시 군율로 다스리겠다."

이순신은 자신의 훈시를 세차례나 반복하며 장수들에게 이를 반드시 따르겠다는 약속도 단단히 받아뒀다. 이날 이순신은 자신의 꿈자리에서 일어난 일도 일기에 썼다.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이기고 저렇게 하면 패하게 된다'고 일러줬다." 승리를 바라는 이순신의 열망이 꿈에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무렵, 왜군의 총대장 소조천수추도 일찌감치 참모총장 흑전효고 등 제장과 수군의 계책을 의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이렇게 결정했다. "우리가 한산도를 장악하기는 했지만, 그놈의 이순신을 죽이지 아니하면, 조선의 제해권을 도로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 이순신의 세력이 커지기 전에 반드시 격멸하자."

이에 따라 등당고호(도도 다카토라)와 협판안치(와키자카 야스하루)를 각각 총사령관, 중군장으로 삼고 래도통구來島通久(구루시마 미치후사)를 선봉장으로 삼아 병선 500여척과 수군 정예 2만여명으로 이순신의 함대를 격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협판안치는 임진왜란 당시 한산도해전에서 이순신에 패배했고, 등당고호는 사천해전에서 이순신에게 쓴맛을 봤던 경험이 있어 여전히 이순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1597년 9월 16일 이른 아침. 노적봉露積峰에서 망을 보던 특별 정찰군이 이순신에게 달려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적선이 명량으로 들어와 우리가 진을 친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순신이 곧바로 13척의 함선들에 명령을 내려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자마자 적선 330여척 가운데 133척이 포위해 들어왔다.

적의 선봉장인 구루시마는 다른 다이묘 가문에 양자로 들어간 형 도쿠이 미치유키(구루시마 미치유키)가 당포해전에서 죽은 것을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아왔었다. 하지만 이순신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순신 함대 13척을 깔보며 자신의 직할 함대를 몰아 울돌목에 먼저 들어온 것이다.

이순신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필사즉생 필생즉사'란 말을 남겼다.[사진=뉴시스] 

이순신의 3대 해전으로 꼽히는 명량해전이 시작된 것이다. 치열했던 명량해전 상황을 「난중일기」를 빌려 그대로 옮겨보자.

대장선 홀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 포탄과 화살을 비바람같이 쏘아 대건만, 여러 함선은 관망만 하고 진군하지 않아 사태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여러 장수는 '적은 군사로 수많은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임을 직감했고 살기 위해 회피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경상우수사 김억추가 탄 함선은 이미 물러나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노를 재촉해 앞으로 돌진하면서 지자총통과 현자총통 등 각종 총통을 빗발치듯 쏘아댔다. 마치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군관들이 함선 위에 빽빽이 서서 화살을 빗발치듯 쐈다. 그러자 적의 무리가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그러나 적에게 몇겹으로 둘러싸여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함선에 있는 군사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적선이 비록 1000척이라도 우리 함선에는 감히 곧바로 덤벼들지 못할 것이다.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마음과 힘을 다해 적을 쏘고 또 쏘아라"고 했다.

여러 장수가 먼바다로 물러나 있었다. 나는 함선을 돌려 군령을 내리고 싶었지만, 적선들이 그 틈을 노려 덤벼들 수도 있기 때문에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호각을 불게 하고 초요기를 올리게 했다. 거제 현령 안위의 배와 미조항 첨사 김응함의 배가 먼저 왔다. 나는 대장선 위에 서서 안위를 불러 말했다.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은 것이냐, 도망가서 산다면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그러자 안위는 몹시 당황해 적선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또 김응함을 불러 "너는 중군장인데도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그 죄를 어찌 면할 수 있겠느냐, 당장 처형하고 싶지만 상황이 급박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해주마"라고 외쳤다.

김응함 역시 적선들 속으로 돌진했다. 그때 적의 대장선이 휘하의 함선 2척과 함께 안위의 배에 달라붙어 서로 먼저 올라타려고 했다. 안위와 군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몽둥이로 치기도 하고, 긴 창으로 찌르기도 하고, 수마석 덩어리를 던지기도 했다. 함선 위의 군사들은 기진맥진했다. 안위의 격군 7~8명이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는데 거의 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때 나는 뱃머리를 돌려 적을 향해 빗발치듯 쏘았다. 적선 3척이 거의 뒤집힐 때 녹도 만호 송여종과 평산포 대장 정응두의 함선이 줄지어 뒤쫓아 왔다. 힘을 합쳐 적을 쏘아 죽이니 살아 움직이는 적이 1명도 없었다. 항왜자 준사俊沙는 안골포의 적진에서 항복해온 자다. 내 함선 위에 있었는데 바다를 굽어보며 "저기 그림이 그려진 붉은 옷을 입은 자가 적장 마다시(선봉장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별칭)입니다"고 소리쳤다.

나는 사공 일을 했던 김돌손을 시켜 갈고리로 송장을 낚아 뱃머리에 올려놓게 했다. 그러자 준사가 바로 펄쩍 뛰면서 "마다시가 맞다"고 했다. 그래서 곧바로 토막을 내도록 했더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여 버렸다. 우리 함대는 적이 다시는 침범하지 못할 것을 알고 한꺼번에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나아갔다.

지자총통과 현자총통 등을 쏘고 또 화살을 빗발처럼 쏘니 그 소리가 바다와 산을 뒤흔들었다. 우리를 에워싼 적선 30여척을 쳐부수자 적선들이 달아나 버렸고, 다시는 우리에게 감히 가까이 오지 못했다. 이번 싸움에서의 승리는 참으로 큰 천운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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