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발을 만지려다 넘어졌다’?…압사 사고 사망자 대부분 여성

홍희정 2024. 7. 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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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 행사를 하던 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지금까지 120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도 종교행사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는데, 왜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건가요?

[기자]

인도 북부 하트라스 지역의 힌두교 예배장소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현재까지 12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114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어린이도 6명이 숨졌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일 오후 3시쯤 힌두교 종교 의식이 끝난 뒤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행사장이 아비규환으로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무덥고 습한 텐트에서 급하게 빠져나오려는 참가자들이 달려나가다가 넘어지면서 참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추가 정황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행사는 이른바 '볼레 바바'라고 불리는 힌두교 지도자가 하트라스의 한 마을에서 개최한 기도회였습니다.

대부분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낮은 카스트 출신의 가난한 여성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행사가 끝날 때쯤 수십 명의 사람이 '볼레 바바'를 향해 뛰어왔고, 발을 만지거나 그가 밟았던 땅을 만지려 했다고 하는데요.

이러다가 넘어지기 시작하면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누 쿠마르/목격자 : "바바는 차에 앉아서 떠났어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여기서 한꺼번에 넘어지고 또 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볼레 바바의 보안 요원들이 군중을 뒤로 밀어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쓰러졌다며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볼레 바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인근 마을 여성들이 많았는데, 지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겠어요?

[기자]

유명한 힌두교 지도자가 직접 온다는 소식에 행사 참가자들이 많았던 인근 마을 사람들은 일손을 놓은 채 침통한 모습입니다.

평일 낮 시간이어서 참가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만큼,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참석한 경우도 많았다는데요.

[수드하/종교행사 참가자 : "기도회에서 남편의 상황이 나아지고, 내 삶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대신에 신은 제 아들을 데려갔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너무 많은 사망자가 있었는데요.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숨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부상자들 가운데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사망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상자 :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꺼내주세요, 꺼내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아말 팔/부상자 : "문 쪽에 있었는데 넘어졌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를 밟고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머리를 다쳤습니다."]

[앵커]

사고 원인을 인도 당국이 조사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이 나왔나요?

[기자]

가장 큰 원인은 행사 참가자가 당초 허가받은 인원의 3배가 넘게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진흙탕 위에 세워진 임시 텐트의 출구가 매우 부족했던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밖에 안전 조치도 거의 없었는데요.

적어도 8개에서 10개가량의 출구가 필요한 임시 텐트였는데, 출구를 확보하지 못해 수천 명을 하나의 출구로 밀어 넣으려 했을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행사장 바닥이 진흙이어서 미끄러지기 쉬운 환경이었던 점도 사고가 커진 이유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젖은 땅에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그 위에 다른 사람들이 또 넘어지면서 압사 사고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건데요.

또, 미끄러진 사람들이 길가 도랑에 빠져 숨진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지 경찰은 주최자 2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설교자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인도에서 압사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백 명이 넘게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기자]

인도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행사장에서 이렇게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요.

압사 사고가 반복되면서 인도 당국이 행사와 관련된 안전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데 대한 비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2013년에 힌두교 축제를 위해 사원을 찾았던 순례자들이 다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앞다퉈 벗어나려다가 압사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당시 최소 115명이 숨졌는데요.

2011년에도 종교 축제에서 압사 사고로 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 내부에서는 인도 정부가 공공 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종교 단체가 지나치게 큰 행사 재량권을 가진 데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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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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