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모녀 손 들어준 신동국 “경영 참여하겠다” 선언

박지민 기자 2024. 7. 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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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상속세 재원 마련안 못 보여주고
지분 매각설 끊이지 않자 모녀와 손잡고 결단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키 맨(key man)’ 역할을 해 온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74·사진) 한양정밀 회장이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신 회장은 4일 “한미그룹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경영에 문제가 많다”며 한미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신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6.5%(444만4187주)를 매입하는 계약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송 회장 지분은 11.93%에서 6.16%로, 임 부회장 지분은 10.43%에서 9.7%로 줄어든다. 신 회장 지분은 12.43%에서 18.93%로 모녀 지분의 합보다 많아졌고, 이 3인의 우호 지분은 총 48.19%로 과반에 근접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모녀 측을 이겨 경영권을 쥐게 된 형제 측 지위가 위협받게 된 것이다. 당시 주총에서 신 회장은 형제 편에 섰는데 100일 만에 입장을 바꿔 이번에는 모녀와 손을 맞잡은 것이다.

신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로, 2010년 임 회장 권유로 한미그룹 지분을 매입한 개인 최대 주주다. 건설기계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양정밀을 세운 그는 한미그룹 경영에는 관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미그룹 지분 매입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 참여 참여 의사를 밝힌 데는 주가 하락과 형제 측의 홀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임종윤·종훈 형제는 신 회장 도움으로 경영권을 가져간 뒤, 지난 4월 임종훈 이사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올라서고 5월에는 모친 송영숙 회장을 공동대표에서 해임했다. 이렇게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형제가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상의를 거의 안 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임종윤 이사의 개인 회사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이사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홍콩 헬스케어 업체 코리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을 한미그룹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신 회장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형제가 마땅한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모펀드에 지분 매각설도 끊이지 않자 신 회장이 형제 지지를 철회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형제 경영 이후 주가 하락이 신 회장 입장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1월 16일 5만6200원까지 올랐다. 주주총회가 열린 3월 28일 4만4350원이던 주가는 7월 3일 3만1150원으로 마감해 3개월 만에 30%나 떨어졌다.

송 회장과 신 회장 측이 지난 3일 지분 거래와 공동 의결권 약정 계약을 맺은 후 “혼란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지속 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힌 것도 주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한미그룹 경영 체제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한미 관계자는 “예정된 임시 주총은 아직 없다”고 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3일 공시를 했는데, 형제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확인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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