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채 해병 사건의 진실... 퍼즐은 용산을 가리킨다

뉴스타파 2024. 7. 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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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9일, 폭우가 할퀴고 간 경북 예천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채수근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날입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누가 채 해병을 죽음으로 내 몰았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책임을 졌다면 순수한 애도의 마음으로 채 해병의 1주기를 맞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무려 1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채 해병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전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시작 단계부터 외압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그 외압은 대체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선 이걸 밝혀내는 게 채 해병 순직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채 해병 사건 기록 전수 분석... 외압의 재구성

뉴스타파는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 수사기록 2천여 쪽과 핵심 인물들의 통화기록 5천여 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사건의 주요 국면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때마다 채 해병 사망 원인 수사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흐름을 재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사실 관계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딱 한 곳, 바로 대통령실의 참모들과 윤석열 대통령 본인입니다.  

대통령실의 집요한 요구, 그리고 입막음

채 해병 사망 직후인 지난해 7월 19일부터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이틀만인 7월 21일 대통령실 안보실은 해병대 수사단에게 수사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국방부 장관 결재도 받지 않은 수사 보고서까지 사전에 요구했다는 증언도 확인됐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가 있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언론 브리핑에 앞서 수사 결과를 입수한 대통령실은 해병대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는 하면 안된다"

‘02-800’ 대통령실 전화 통화 직후, 모든 것이 뒤집혔다

2023년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해병 사망 원인 수사 결과와 경찰 이첩 등 후속 계획까지 직접 결재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재 내용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백지화됐습니다. 경찰 이첩 계획을 비롯해 모든 것을 뒤집은 인물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본인이었습니다. 이 수상한 '뒤집기' 2분 전 이 전 장관은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 등판'.... 이후 모든 상황 정리 

그러나 2023년 8월 2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외압이 사실이라면, 그 외압을 넣어서 일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외압이 먹히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바로 이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등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시점 이후 모든 것이 정리됐습니다. 경찰로 넘어간 수사 기록은 다시 회수됐고 박정훈 대령은 항명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국방부 조사단은 사건을 다시 조사해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 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종섭, 김계환, 유재은... 흔들리는 거짓과 침묵의 삼각형

이렇게 실제로 있었던 일과 당사자들의 진술, 통화 기록을 맞춰보기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참모들이 행사한 외압의 윤곽은 상당히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윤곽은 이미 나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심 관계자들이 좀처럼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으로, 혹은 침묵으로 외압의 실체 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당사자 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1)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2)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3)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인데요, 이들의 입장과 주장을 집중 분석해봤습니다.

1) 이종섭 전 장관은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대통령실과의 핵심 연결 고리입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보고받고 결재한 내용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은 '대통령실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요? 이 전 장관 주장의 모순을 분석했습니다. 

2)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박정훈 대령에게 처음 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수사 기록을 보니 김계환 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의 '뒤집기' 이후 이 지시를 그대로 이행해야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지만 최근에는 "언급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의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3)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이 ‘수사 외압’의 실행자로 지목한 인물입니다.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 이어지는 의문을 풀어낼 첫 실마리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쥐고 있습니다. 최근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 보고서에 특정 혐의자를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대통령실이 국방부보다 먼저 경찰 이첩 기록 회수에 나선 정황을 증언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 "진짜로 누가? 대체 왜?" 

박정훈 대령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의 한 수사관은 군 검찰 조사에서 이런 진술을 남겼습니다. 

“제 자식이 죽었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이 수사관의 질문, 즉 왜 사건이 여기까지 오게됐는지, 그리고 이 사건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짐작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그 다음 질문, 즉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더 나아가 그게 정말 대통령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정황과 추정에 가까운 얘기들이지만 김건희 여사와의 관련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함부로 예단하거나 추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서둘러 보도하지도 않겠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누가, 그리고 왜, 채 해병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려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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