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진R&D 구축핵심은 소통과 자율성 강화

2024. 7. 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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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2024년 6월 26일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R&D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종전의 추격형 체계에서 벗어나 고위험·고가치, 장기간 연구 및 목표 변경 등 유연성이 용인되는 '자율성 기반의 선도형 R&D 체계'로의 전환이 핵심내용이다.

이는 현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는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특히 지원 및 육성의 관점에서,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부적인 실행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자율성에 기반한 선도형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제시된 것은 '혁신기관에 걸맞는 제도와 체계의 마련', '소통과 협력의 문화 내재화', 그리고 '국가임무 중심의 국가과학기술연구실(NSTL,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Lab)의 도입'이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세부 실행안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소통과 협력 문화의 내재화는 연구자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지원 리더십이 구축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연구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절실한 이유다.

출연연이 나아갈 길로는 △추격을 넘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열어가는' 세계적 연구기관 △산학연 역량을 결집 축적하는 협력 거점 △국민과 소통하며 시대에 맞는 임무와 체계로 진화하는 국가연구개발 기관을 제시하였다.

모두 공감이 가는 방향이지만 그 여정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다. 과거 R&D 성공률 99%라는 결과가 보여주듯이 '될 것만 연구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선정 평가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만을 선정하고, 실패한 과제에는 패널티를 주는 문화가 뿌리 깊은 것이다.

'산학연 역량을 결집 축적하는 협력 거점'으로서의 국가연구소 역할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하지만 대학이나 기업과 경쟁시키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환경 하에서 산학연 협력은 쉽지 않다. '시대에 맞는 임무와 체계'는 시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립된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 하에서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출연연 연구자 지위 개선'으로 '외부 강연료 상한선을 대학 교수와 동등한 수준으로 상향 추진'이 전부라는 점이다. 그동안 차별 받아온 정년 단축, 임금피크제, 출장비 상한, 연구자 의견 반영 체계 미흡, 축소된 복지제도 등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선도형 R&D의 착근은 진정한 자율성의 보장과 우수한 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때 가능하다. 자율성은 외부의 강제 없이 연구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진정한 자율성은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는 과학기술 정책, 성취형을 보장하는 연구비 제도, 기관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기관장 선임 및 평가,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공유하는 제도 등에 의해서 확보 가능할 것이다.

선진국형 과학기술 R&D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중시 문화를 도전성·창의성 중시 문화로, 독성 리더십을 지원 리더십으로,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규제·관리 시스템을 자율·책임 시스템으로, 비판·질책을 배려·칭찬으로, 잘못된 것을 찾는 평가를 잘 한 것을 찾는 평가로, 패널티 제도를 보상 제도로, 내부 구성원 간의 경쟁시스템을 협력시스템으로, 관 주도의 하달식 시스템을 연구자 주도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암기식 실행 중시 문화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사고 중심의 문화로 각각 바꿔야 한다. 사고의 체계와 습관을 바꿔야 하는 어려운 일들이지만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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