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독일 - 튀르키예 외교 갈등 비화한 `늑대경례` 세리머니

강현철 2024. 7.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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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늑대 경례'로 인해 독일과 튀르키예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 간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선수가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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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경례'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자축하는 지지자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른 바 '늑대 경례'로 인해 독일과 튀르키예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늑대 경례는 엄지와 검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입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하고 있죠.

발단은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 간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선수가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외무부는 3일 튀르키예 주재 독일대사를 초치해 불러 자국 선수의 세리머니에 대한 독일 정치인들의 비난에 항의했습니다.

튀르키예 센터백 메리흐 데미랄(알아흘리)은 2일 경기 후반 14분 자신의 두번째 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데미랄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길 바란다"고 말했죠. 데미랄은 이날 16강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죠.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UEFA에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 오메르 셀릭은 "UEFA의 조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회색 늑대는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합니다. 독일에서는 아직 해당 손동작이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독일 헌법수호청은 자국에 1만명 넘는 회원을 보유한 이 단체를 우익 극단주의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죠.

회색 늑대의 정치집단 격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와 동맹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MHP는 1960년대 창당 이후 수십년 동안 좌파 단체를 상대로 한 폭력 행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이에 프랑스는 회색 늑대의 활동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오스트리아는 데미랄이 선보인 회색 늑대 경례법을 금지했죠.

다만 튀르키예인 입장에서는 늑대 경례가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의 상징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깁니다. 데미랄 말처럼 정치적 맥락 아닌 민족적 전통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튀르키예 집안 출신인 전 독일 축구 국가대표 메수트 외칠도 회색 늑대의 상징으로 통하는 문양을 문신으로 새긴 적이 있습니다.

독일 MDR방송의 튀르키예 전문가 툰자이 외즈다마르는 "에르도안 대통령도 몇 년 전 늑대 경례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튀르키예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서도 "데미랄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을 것이다. 늑대 경례는 터키 사회와 팬들, 팀을 분열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역사·문화적 상징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한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 외국인 혐오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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