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내가 다시 화장을

2024. 7.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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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치아가 오복인 줄 알겠어요." 오늘도 할머니 한 분이 얘기하고 갔다.

이가 없어서 건강이 나빠지고 남 보기도 싫어서 외출을 안 했는데, 이제는 잘 먹어서 몸도 좋아진 것 같고 친구를 만나러 자주 나가다 보니 화장도 하고 옷도 자식들이 사준다고 한다.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나는 실버타운도 가봐야 하겠지만, 치과의사가 아닌 많은 여러분들의 즐거운 노년과 건강한 치아를 위해 치과 방문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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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치아가 오복인 줄 알겠어요." 오늘도 할머니 한 분이 얘기하고 갔다. 이가 없어서 건강이 나빠지고 남 보기도 싫어서 외출을 안 했는데, 이제는 잘 먹어서 몸도 좋아진 것 같고 친구를 만나러 자주 나가다 보니 화장도 하고 옷도 자식들이 사준다고 한다.

건강 수명, 삶의 질이 요새 화두다. 나는 대학교수라 정년이 9년 정도는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집에서는 벌써 실버타운을 알아봐야 한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너싱홈(nursing home)이 같이 갖춰진 곳이 있다고 거기를 알아보자고 한다. 노후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빨라서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노년기 즐거운 삶을 위해서는 많이 잘 먹어야 한다. 또한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살아가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건강 대비가 노후 대비 중 가장 중요한 하나이고 씹는 것을 유지할 수 있는 몸 상태가 필요하다. 우리의 치아는 총 28개지만 40대는 27.6개 정도 유지하고 50대 25.1개, 60대 20.9개, 70대는 14.2개로 줄어든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며 4~5개의 치아가 빠지고 70대 고개를 넘으며 6~7개의 치아를 또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존된 치아 하나당 노쇠 발생 위험이 5%씩 감소한다. 나이가 들어 소화가 잘 안된다는 분들이 많은데 치아가 없거나 씹는 능력이 떨어졌을 확률이 높다. 소화가 잘 안되니 무른 음식 위주로 먹게 되고 영양 섭취가 어렵고 기운이 없고 활력도 사라진다.

이런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특히 나이가 들수록 구강을 우선순위로 관리해야 한다. 구강 건강이라고 하면 치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침, 혀, 턱관절, 잇몸 등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만 중요하다 말할 수 없다. 요사이는 전체적으로 구강의 상태를 치과에서 검진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그리고 치아가 빠졌다면 반드시 보철 치료로 치아를 넣어야 한다. 실제로 치아가 없는 상태를 오래 유지한 사람들이 비만, 소화불량, 치매,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높다. 내 치아만큼 좋은 것은 없어서 내 치아를 아끼고 잘 관리해서 최대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나 불가피하게 치아를 빼게 되는 경우 틀니, 임플란트 등 적절한 치료를 통해 씹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치아가 아프면 씹을 수가 없고 침이 적게 나오면 입안이 건조해 상처가 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아프고 관절염이 올 수도 있다. 전신 건강에 중요한 구강을 나이가 들수록 관리하는 우선순위에 두자. 노년을 대비해야 하는 나는 실버타운도 가봐야 하겠지만, 치과의사가 아닌 많은 여러분들의 즐거운 노년과 건강한 치아를 위해 치과 방문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내가 이 나이에 다시 화장을 한다"고 좋아하는 그분은 참 행복해 보였다.

[김성균 서울대 교수 ·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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