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상속세 미술품 물납 1호는 언제?

전지현 기자(code@mk.co.kr) 2024. 7.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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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걸작인 아폴로 조각상이 1050만파운드(약 183억원)의 상속세 대신 영국 정부에 납부됐다.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물납제를 적용한 것이다.

1896년 세계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한 영국은 예술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은 현금 대신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는 문화재와 미술품의 해외 유출을 막고 공공재로 환원하기 위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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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절차 너무 까다로워
작년초 도입후 감감무소식
국가문화유산 확충 위해
제도 보완·허용 확대해야

지난해 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걸작인 아폴로 조각상이 1050만파운드(약 183억원)의 상속세 대신 영국 정부에 납부됐다.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물납제를 적용한 것이다. 부동산개발업자이자 자선가였던 세실 루이스 부부가 소장했던 이 조각상은 앞으로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박물관은 무료로 국보급 소장품을 얻고, 일반 관람객은 부자의 저택에 있던 걸작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1896년 세계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한 영국은 예술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은 현금 대신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4억7900만파운드(약 8400억원) 상당의 예술품과 유물을 공공 소유로 전환했다. 상속세 때문에 미술품을 '급매'하지 않고 국가에 기탁하게 되면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줘 1석3조 제도다. 지난해에는 미술품뿐 아니라 판타지 문학 '나니아 연대기' 작가 C 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 작가 J R R 톨킨의 원고와 서적 을 물납받아 보들리언 도서관과 옥스퍼드 이야기 박물관에 배정했다.

국내에서도 삼성가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에 힘입어 지난해 3월 미술품 물납을 법제화했지만 아직도 1호가 나오지 않았다. 상속세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일부를 문화재나 미술품 등으로 물납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문제는 영국과 달리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만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처럼 소유주가 등록되지 않아 자진 납세가 쉽지 않다. 음지에 있던 미술품을 양지로 끄집어내려면 자산 전반 상속에 대한 미술품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는 문화재와 미술품의 해외 유출을 막고 공공재로 환원하기 위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1968년부터 상속세뿐만 아니라 증여세, 보유세에 대한 미술품 물납이 가능하게 했고, 2003년 메세나법을 도입해 미술품 기부액의 9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규모 문화재나 미술품을 기증해도 아무런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어정쩡한 국내 제도가 미술품 물납을 가로막고 있다"며 "상속세 전반에 대한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미술품 물납제의 또 다른 걸림돌은 상속분의 금융자산과 유가증권으로 우선 상속세를 내도록 한다는 점이다. 현금이나 주식 등으로 상속세가 충당되면 문화재나 미술품을 물납할 수 없다.

절차도 복잡하다. 관할 세무서에 현금 대신 보유 미술품을 상속세로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직접 감정가를 기재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이 문화체육관광부에 가치 평가를 맡기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감정가의 적정성과 역사·예술·학술적 가치 등을 3~4개월에 걸쳐 판단한다.

좋은 취지로 도입한 미술품 물납제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으려면 정밀한 보완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구입비는 각각 40억여 원으로, 두 기관의 구입비를 합쳐도 2019년 132억원에 팔린 김환기의 점화 '우주' 가격에 못 미친다. 대작을 사서 국공립 미술관에 걸 수 없다면 물납제를 활용해야 한다. 영국 테이트모던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명작 상당수는 물납제로 채워졌다. 1985년 개관한 프랑스 파리 피카소 미술관도 이 제도의 산물이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 사망 후 유작 200여 점을 상속세로 물납받았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서도 미술품 물납제는 활성화돼야 한다.

[전지현 문화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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