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들어온 AI ‘대혁명’...이 캐릭터, 진짜 사람인 줄

조성호 기자 2024. 7. 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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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게임 업계 87%, “이미 AI 기술 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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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석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게임 문턱에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프랭크 랜츠 뉴욕대 게임센터 디렉터)

인공지능(AI)은 게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성형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해당 기술이 게임 업계에 미칠 영향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간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만 움직이던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아’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고, 실제 인간처럼 움직이는 세상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게임 시장에도 ‘살아 있는 게임’이란 새로운 판이 열었다. 세계적인 테크 잡지 MIT(매사추세츠공대)테크놀로지리뷰는 게임 속에 들어온 AI가 ‘게임의 의미를 재창조한다’며 지난달 24일 특별 웨비나를 열기도 했다. WEEKLY BIZ는 AI가 게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변화를 전망해 봤다.

◇기존 NPC는 못 했던 역할 해낸다

게임 업계에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NPC의 영역이다. NPC는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non-player character)를 뜻하는 게임 용어다. 기존 게임에선 ‘안내자’ 같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게임 이용자가 넓은 가상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탐험하는 ‘오픈월드’ 형식의 게임에서 NPC들은 때론 상인으로, 때론 의사로, 또 때론 행인으로 등장하면서 이용자가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 속 세상이 점차 넓어지고 이용자가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행동의 제약이 점차 사라지는 것과 달리 NPC는 정해진 행동과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점이 게임 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 오픈월드 형식 게임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레드 데드 리뎀션2′는 배우 700명을 동원해 50만개의 대사를 준비해 왔지만 이마저도 게임 이용자를 완벽하게 만족시키진 못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답변만 하는 NPC를 바라보는 이용자 입장에선 ‘게임은 게임일 뿐’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생성형 AI의 도입은 NPC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챗GPT가 웬만한 질문에 대부분 답변을 해내는 것처럼 NPC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면 마치 진짜 인간과 대화하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대 50만개에 이르는 대사를 게임 작가들이 미리 만들어놓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MIT리뷰는 “생성형 AI는 NPC에 따라 내향적이거나 불안해하는 성격이거나 늘 술에 취해있는 등 다양한 성격을 창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 업계 87% “이미 AI 기술 활용 중”

게임 업계에선 이미 생성형 AI가 게임 개발 단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전한다. 2022년 6억달러 규모의 게임 펀드를 출범시킨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87%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현재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99%의 스튜디오가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89%의 게임 개발자는 게임 산업에 AI가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기대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게임 속 AI들은 벌써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인월드AI라는 스타트업과 함께 공개한 ‘코버트 프로토콜’이란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는 사립 탐정 역할을 하며 호텔에서 묵고 있는 특정 사람의방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 이때 모든 정보는 NPC에 대한 질문을 통해 얻는다. 게임 속 NPC는 미리 정해진 정보만을 가진 상태에서 진짜 사람처럼 자유로운 대화를 했고, 당연히 이용자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놨다.

이처럼 게임 속 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 또한 활발하다. A16Z는 AI NPC 개발을 목표로 하는 두 개의 스튜디오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엔비디아와 함께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낸 인월드AI의 경우 이미 기업 가치가 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월드AI는 구글 창업자인 에릭 슈밋이 투자한 회사로 잘 알려져있다.

◇정책 개발·교육 등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

그러나 게임 속으로 침투한 AI의 미래엔 그늘도 적잖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 윤리 문제나 개인 정보 보호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AI NPC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허용할지나, AI를 상대로 많은 대화를 풀어낸 이용자의 정보를 게임 회사가 무단으로 보관하고 있어도 되는지 등이 향후 논쟁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진짜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NPC에 푹 빠져 실제 현실을 도외시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너무 재밌어진 게임이 ‘게임 폐인’을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 속 AI NPC는 게임 외의 분야에까지 그 쓸모가 더욱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해 박준성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가 만든 ‘가상 마을’은 경제 정책에 대한 사람의 반응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 박사는 지난해 25개의 AI로 만들어진 가상의 마을에서 AI끼리 상호작용을 하고 정보를 전파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논문을 공개해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논문에 따르면, 파티를 주최하도록 명령 받은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다른 구성원들끼리는 파티의 시간과 장소들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교육 분야도 기대되는 분야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공간에서 AI 캐릭터와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엔비디아와 AI 게임을 만들었던 스타트업 인월드AI와 함께 작업한 이 교육 서비스를 활용하면, 아이들은 NPC와 영어로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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