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의힘 ‘채 상병 사망=장비 파손’ 비하에 “인면수심”
주진우 “행정조사 남용 경계한 것…민주당이 왜곡”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용산을 향한 충성맹세”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군 장비 파손’에 빗댄 것을 두고는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충성맹세의 향연이 안쓰럽다”며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는 국민이 아닌 용산을 향해 했던 말 하고 또 하는 무한 반복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 의원이 5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자 국민의힘의 다음 토론자인 박준태 의원은 7시간 가까이 발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이 필리버스터에서 “만약에 이게 사망 사고가 아니라 여러 명이, 예를 들어서 군 장비를 실수로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며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군 장비 파손에 비유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주 의원은 “군 장비를 파손했는데 군에서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일주일 만에 조사를 한 다음에 한 8명을 다 ‘군 설비에 대해서 파손 책임이 있으니까 너희 집에 다 압류를 해 놓고 일단 소송을 진행하겠어’라고 한다면 당하는 군 입장에서는 그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은 물론 인권의식조차 의심되는 망언”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젊은 해병의 순직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지 국민의힘의 인면수심에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사람의 생명을 소모품 취급하는 인면수심 정권”이라고 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세상에는 유죄와 무죄밖에 없다고 믿던 얼치기 검사에서 한 치도 성장하지 못했다”며 주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강 대변인은 “주 의원이 이 망언을 바로잡을 시간은 충분했다. 야당 의원들이 ‘사람과 장비가 어떻게 같습니까’라고 항의했다”며 “그런데 주 의원은 다시 망언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기물파손 시 행정조사가 남용되어 병사들에게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사망사고는 보다 중대하므로 더욱 더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엄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순직해병의 죽음을 장비 파손에 빗댔다’며 자기 마음대로 왜곡한 민주당의 인권 의식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야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민의힘에선 유상범·주진우·박준태·곽규택 의원이, 민주당에선 박주민·서영교 의원이, 조국혁신당에선 신장식 의원이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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