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게 갈 뿐"... 혈액암 극복한 '불굴의 사나이' 헨드릭스, 부상 복귀 임박
항암 치료 중에도 훈련 참석 남다른 열정
하지만 빅리그 복귀 열흘 만에 팔꿈치 부상
재활 중에도 보스턴과 FA 계약 체결
시련 극복 비결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난 오래 버틸 수 있어요. 조금 느리게 갈 뿐입니다."
혈액암을 극복하고 복귀했지만, 부상으로 또다시 공백기를 갖게 된 리엄 헨드릭스(35·보스턴 레드삭스)가 남긴 말이다. 헨드릭스는 지난해 8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고, 오는 8월 복귀할 예정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 최정상급 클로저로 활약하던 지난해 1월 헨드릭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6번의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헨드릭스는 공백기는 물론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암 진단을 받고 가족들과 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동안 인생의 장애물을 잘 넘어온 것처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헨드릭스는 항암 치료 중에도 소속팀 스프링캠프 훈련에 참여하며 복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연습 삼아 불펜투구를 할 정도였다. 이를 지켜본 에단 카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코치는 "헨드릭스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항암치료를 받고도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완치 판정을 위해 몸 관리도 철저히 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완치율이 낮고 재발이 많은 암이다. 하지만 헨드릭스는 무려 3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디 애슬래틱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6번의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4번 만에 완치 받았다. 난 이 부분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석 달 동안의 투병 끝에 복귀한 그는 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5.40의 성적을 남겼다. 직구 최고 구속도 156㎞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미국 암 생존의 날에 빅리그 복귀 후 첫 승리를 거두며 팬들에게 "암 진단 후에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복귀하고 5번째 경기가 끝난 뒤 헨드릭스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정밀 검진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빅리그에 복귀한 지 약 12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헨드릭스는 수술 여부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상처가 있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희망을 품었지만 이미 내 팔꿈치는 끝났었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팔꿈치가 계속 아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헨드릭스는 두 번의 시련을 마주했음에도 여전히 빅리그 복귀를 위해 달린다. 그가 큰 시련에도 또 도전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헨드릭스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긍정적인 태도로 매일 운동장에 나가 나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며 "난 오래 버틸 수 있다. 조금 느리게 갈 뿐이다"라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지켜본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동료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는 "헨드릭스는 암이라는 병에 걸렸을 때도 매일 같은 기분을 보여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것은 우리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칭찬했다.
헨드릭스는 지난 2월 재활 중에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2년 1,000만 달러(한화 약 138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자유계약선수(FA) 체결에 성공했다. 계약에는 성적에 따른 1,000만 달러(한화 약 138억 원)의 인센티브와 1년짜리 뮤추얼 옵션(상호 동의 옵션)도 포함됐다. 헨드릭스는 "팀과 나는 서로 한 가지씩 약속을 했다. 팀은 나에게 재활 과정을 함께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난 팀에게 올 시즌 꼭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활하면서 지금까지 내 투구가 좋지 않은 투구였음을 알게 됐고 요즘 매일 운동장에 나가 훈련한다. 난 수술로 새로운 팔꿈치를 얻었고, 더 멋있는 10년이 펼쳐질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최이재 인턴 기자 chldlwo090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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