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방목 축산 쇠퇴로 제주 마을공동목장 ‘반토막’

박미라 기자 2024. 7. 4. 15: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최종보고서
일제강점기 143곳서 지난해 77곳으로
“탄소배출권, 생태관광 등 활용 필요 ”
제주의 한 마을공동목장에 방목된 소. 독자제공

제주 고유의 목축문화를 담고 있는 마을공동목장이 각종 개발 사업과 방목 축산업의 쇠퇴 등으로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제주도가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제주지역 마을공동목장은 일제강점기 143곳에서 지난해 기준 77곳으로 66곳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공동목장은 농사를 짓기 어려운 중산간 일대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말과 소 등을 방목해 키우던 공간이다. 마을회 또는 주민이 구성한 조합원이 공동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초부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한다.

특히 주민의 협력을 통해 방목 축산업을 이어온 제주 고유의 목축문화를 간직한 공간이자 지하수 함양·홍수예방에 도움을 주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라는 점 등에서 다양한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대규모 관광시설 등으로 방목지가 개발되고 매각되면서 마을공동목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경관좋은 넓은 부지를 한 번에 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자들이 눈여겨 보는 곳이다. 제주4·3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임의매각 되기도 했다.

방목형 축산업이 축사형 축산업으로 바뀌면서 마을공동목장의 기능이 쇠퇴한 것도 목장 유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목장 조합원들의 고령화, 목장 관리 비용·재산세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마을공동목장 운영에 한계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매각을 원하거나 방치하는 곳도 있다.

용역팀은 마을공동목장의 보전을 위해서는 기존 방목을 통한 축산업 이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초지인 목장의 탄소흡수원 기능을 활용해 탄소배출권을 기업에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목장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목 축산업과 육류가공·승마체험 등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의 활용, 축산 체험프로그램 운영, 방목 축산업을 유지하는 목장을 대상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 등록 등도 있다.

마을공동목장을 경주 퇴역마 보호 공원으로 활용하거나 메밀이나 고사리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도 나왔다. 국립생태원 제주 분원 유치, 반려동물 놀이터나 소규모 야영장으로의 활용,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영 등도 제시됐다.

강재섭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마을공동목장 유형별 지원, 활용방안 마련하고 세금·임차료 등 관련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리 마련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