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전반기 1위 확정···오뚝이 같은 KIA, 후반기 질주 조건은[스경x이슈]
KIA는 지난주 4경기에서 1무3패를 당했다. 하위권의 롯데에게 3연전을 모두 내주고 키움에게 대패를 당하는 등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했다. 부상자가 생겨도 늘 잘 버텨왔지만 마무리 정해영의 이탈에 급격히 무너지면서 팀 분위기가 개막 이후 가장 처졌다. 수석코치까지 교체하면서 구단도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2위 LG에 1.5경기 차, 3위 삼성에 2경기 차 쫓긴 KIA는 개막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하루 만인 2일 삼성전 승리로 KIA는 전반기 1위를 확정지었고 이틀 만인 3일 승리에 2위 LG와 격차를 3.5경기 차로 벌렸다. 지난 열흘 간의 모습은 KIA의 전반기 축약판과도 같다. 하위권의 롯데에게 3연전을 스윕당하며 생각지 못한 데서 쓰러지다가도 정말 위기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는 일어나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나성범이 허벅지 부상을 당한 이래 임기영, 이의리, 황대인에 이어 최근에는 양현종, 정해영까지 쉼 없이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백을 늘 누군가가 채워주면서 버텨냈다. 이우성이 나성범의 몫을 해줬고 임기영의 자리를 2년차 좌완 곽도규가 채웠다. 다승 1위를 달리던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가 이의리와 함께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지만 대체선발이던 황동하가 완전히 로테이션에 자리잡을 정도로 자리를 채워주었다.
타선의 맏형과 막내의 호흡은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만 41세에도 또 4번 타자를 맡아 해결사 역할을 하는 최형우와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의 폭발력은 리그의 이목을 KIA에게로 집중시켰다.
전반기에 “KIA가 확실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계속되는 기복 속에서도 1위를 지켜낸 과정 때문이다. 최하위권이던 롯데에 3승1무7패로 약세를 보이면서도 2위를 다투며 번갈아 도전해온 팀들은 때려눕혔다.
가장 먼저 2위로 턱밑까지 추격했던 NC에게는 두 번의 3연전에서 연달아 스윕을 해 8승1패로 압도하면서 밀어낸 KIA는 LG에 6승3패, 두산에게도 6승1무5패로 앞서 있다. 지난주 롯데, 키움을 못 이겨 벼랑 끝에 몰리고서도 정작 삼성에 2연승을 거두면서 ‘여유’를 확보하고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KIA가 전반기를 1위로 마친 것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그해 KIA는 개막 10경기 만인 4월12일 1위로 올라선 뒤 최종일까지 1위를 지켜냈다. 올해 KIA는 개막 13경기 만인 4월12일부터 1위를 지켜오다 6월 7~11일, 나흘간 2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반기는 진짜 ‘순위싸움’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1위 수성의 의미는 커진다.
후반기에는 더 세게 달려야 할 KIA의 숙제는 결국 양현종과 함께 마운드를 끌어가야 할 두 외국인 투수다. 강한 원투펀치는 우승으로 가는 절대조건인데, 전반기를 마치면서 KIA는 이 부분의 숙제를 확인했다.
개막 후 두 달 동안 톱클래스 기대를 받았던 제임스 네일이 6월 이후 주춤하다. 6월1일 KT전에서 시즌 7승째를 거둔 이후 승리가 없다. 구위는 여전하지만 상대 타자들이 주무기인 스위퍼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정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구위는 그대로다. 초반에 스위퍼에 스윙 나가던 것들이 커트되기 시작하고 타자들이 적응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아픈 데는 없는 투수니까 초반과 지금의 차이를 정리해서 피칭 디자인만 조금 변화를 주면 충분히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후반기 준비시키겠다”고 했다.
윌 크로우의 부상으로 대체선수로 입단한 캠 알드레드도 후반기에는 출발과 함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아직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 4.38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3일 삼성전에서는 3-2로 앞선 5회말 2사 1·3루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교체됐다.
아직까지 ‘대체선수’ 신분인 알드레드는 후반기 초입에는 확실한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크로우의 복귀 가능성은 없지만 가을야구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KIA는 알드레드가 단기전에서 통하겠다는 확신을 얻지 못하면 다른 카드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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