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인류 사촌 데니소바인, 티베트 동굴서 빙하기 버텼다
염소·가젤·꿩 동물 뼛조각도 다수 출토
석기로 도축한 흔적, 고기·가죽으로 빙하기 견딘 듯
티베트고원 동굴에서 4만8000년 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뼈가 발견됐다. 동굴에서는 사람이 도축한 동물 뼈도 함께 발견돼 고생인류가 빙하기를 버티기 위해 동물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생인류는 티베트고원 동굴에서 최대 19만년 동안 거주했다.
프리도 벨커르(Frido Welker) 덴마크 코펜하겐대 진화생물학과 교수와 장동주(Dongju Zhang) 중국 란저우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티베트고원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4만여 년 전 거주한 데니소바인(Denisovan)의 갈비뼈를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4일 발표했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소녀의 뼈가 처음 발견된 고생인류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같은 호모속(屬)에 속한다. 3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갈라져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산맥,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살다가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한 시기에 멸종했다고 추정된다.
연구진은 동물고고학(ZooMs) 기법을 활용해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의 9개 지층에서 나온 뼛조각 2567개를 분석했다. 동물고고학 기법은 뼈에 들어있는 콜라겐 단백질에서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하고, 단백질의 질량을 분석해 어떤 동물의 뼈인지 구별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전체 뼛조각의 78.1%인 2005개를 분류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성과는 새로운 데니소바인의 갈비뼈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데니소바인을 ‘샤허(Xiahe)2′로 명명했다. 샤허2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4만8000~3만2000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이 동굴에서 16만년 전 거주한 데니소바인의 아래턱뼈가 나와 ‘샤허1′으로 명명됐다. 이 뼈들의 아미노산 서열은 5만년 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 살았던 소녀의 뼈와 가장 가까웠다.
동굴의 다양한 지층에서 동물 뼈와 석기, 뼈 도구가 출토되기도 했다. 뼛조각 대부분은 히말라야에서 발견되는 염소의 일종인 티베트푸른양(Bharal)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야생 야크와 티베트 가젤, 말 같은 포유류와 꿩, 황금독수리 같은 조류도 발견됐다. 란저우대 장 교수는 “(발견된) 동물 종들을 보면 당시 주변은 넓은 초원이었던 것 같다”며 “데니소바인이 왜 이곳에 거주했는지, 수십만년간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 뼛조각에서는 절단 중 긁힌 자국들이 보였다. 19%는 석기로 자른 자국이었고, 설치류나 육식동물이 만든 흔적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데니소바인들은 석기로 잡은 동물의 고기를 발라내는 도축을 했다는 증거이다. 또 의류는 발견되진 않았지만, 데니소바인들이 빙하기를 견디기 위해 동물 가죽을 의류처럼 사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데니소바인의 뼈와 거주 흔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서 최대 22만 4000~3만 2000년까지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유라시아 대륙에 흩어져 살던 시기인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 9000년~1만 1700년)와 겹친다. 그렇다면 두 인류가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마찬가지로 데니소바인도 호모 사피엔스와 유전자를 교환했음을 알아냈다. 호모 사피엔스와 데니소바인이 피를 나눈 결과, 오늘날 태평양의 멜라네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은 데니소바인의 DNA를 6%까지 갖고 있다. 그는 이 공로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 빙하기가 두 번 찾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데니소바인들은 19만 2000년간 변화하는 환경을 동물자원을 활용해 버텨낸 셈이다. 코펜하겐대의 벨커르 교수는 “데니소바인은 두 차례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에도 비교적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에 살았다”며 “티베트 고원에서 데니소바인이 언제, 왜 멸종했느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612-9
Nature(2019), DOI: https://doi.org/10.1038/s41586-019-113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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