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 ‘푸른 산호초’ 신드롬[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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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친일'이라고 할까 봐 조금 걱정이야."
지난달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 팬미팅을 다녀온 한 일본 친구의 말이다.
현지 열기를 체감하고 서울로 돌아오자, '하니를 보는 일본'을 보는 한국의 눈이 된다.
한국은 일본의 '뉴진스 신드롬'을 반기고, 일본 남성들의 '뉴저씨'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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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친일’이라고 할까 봐 조금 걱정이야.”
지난달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 팬미팅을 다녀온 한 일본 친구의 말이다. 뉴진스는 K-팝 역사상 최단 기간 도쿄돔에 입성해 양일간 9만 명을 동원했다. 다채로운 노래와 춤으로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고,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도 열광했다. 그런데 ‘친일’이라니. 심경이 복잡해지는데, 이어진 말인즉,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휴, 안도했고, 어딘지 뿌듯해졌다.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다. 하니의 솔로 무대 영상 말이다. 하니는 1980년대 일본 국민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고, 팬미팅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노래, 춤, 패션은 물론이고 눈빛, 손짓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쇼와(昭和·1926∼1989) 아이돌의 재림’이란 표현도 나왔다. 본인도 SNS 라이브 방송에서 “머리카락 넘기는 동작까지 연습했다”고 밝혀, 일본 팬들의 감동은 배가됐다. 하지만 현지 팬들의 취향을 적극 수용한 것이 한국에서 미움을 살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요즘 누가 그러냐며 일축했고, 실제 그런 일도 없었지만, 그 마음 이해는 된다. 그동안 우린 그렇게 복잡다단한 관계였고, 그럴 법한 때도 있었다.
도쿄 팬미팅 이후 일본은 그야말로 ‘뉴진스 신드롬’이다. 카라, 소녀시대 등으로 반짝했다 사라진 일본 남성 K-팝 팬들이 다시 등장했다. 특히, K-팝 소비에서 열외이던 중년 남성층이 이른바 ‘뉴저씨(뉴진스+아저씨)’로 유입된 게 흥미롭다. 1980년에 발표된 ‘푸른 산호초’는 일본 경제 호황기와 대중문화 전성기를 동시에 상징하는 히트곡 그 이상의 히트곡이다. 그리고 ‘뉴저씨’들은 이 노래에 강렬한 노스탤지어를 지닌 세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하니의 무대가 아주 전략적이고 정성스러운 ‘팬 서비스’였으며, 제대로 통했다고 평한다. 참고로, ‘푸른 산호초’는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도 나온다. 주인공이 평소에 자주, 그리고 조난을 당해 죽기 전까지 흥얼거린 노래다.
일본이 뉴진스로 들썩거리던 시기에 공교롭게도 도쿄를 방문 중이었다. 현지 열기를 체감하고 서울로 돌아오자, ‘하니를 보는 일본’을 보는 한국의 눈이 된다. 친구의 노파심은 노파심에 불과했다. 한국은 일본의 ‘뉴진스 신드롬’을 반기고, 일본 남성들의 ‘뉴저씨’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팜호초(팜하니+푸른 산호초)’ 열풍으로 열도만큼 뜨겁다. “하니 덕에 일본 노래도 들어보네”라는 한국 팬들. 4일 현재 ‘푸른 산호초’는 국내 음원 차트에서 처음으로 200위 권에 진입했다.
일본인의 추억과 향수를 상기시키는 노래를 K-팝 가수가 불렀다. 이 무대를 한국인도 위화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건 원곡의 힘일까, 하니의 힘일까, 팬들의 힘일까…. 아무리 해도 하나의 답으로 뾰족해지지 않지만, K-팝이 이제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를 끌어안을 만큼의 역량과 여유가 생겼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K-콘텐츠의 개방성과 포용력은 우리의 상상과 기대 그 이상일지도. 한일 관계의 태생적 장벽이 문화의 자장 안에서 계속해서 깨지고 있다. 이것은 아주 기분 좋은 ‘균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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