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한여름의 추모…베일벗는 故이선균 유작들

박상후 기자 2024. 7. 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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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선균이 연기하는 마지막 모습을 올 여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이선균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김태곤 감독)'와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가 각각 7월과 8월 개봉을 확정 지으며 2024년 여름 시장을 책임질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개봉까지 기다림의 시간 자체가 길었다. '탈출'은 2021년 6월 크랭크업 했고, '행복의 나라'는 2022년 1월 촬영을 마쳤던 작품. 팬데믹 시기 어렵게 완성했지만 개봉을 위한 극장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특히 '탈출'은 지난해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돼 첫 선을 보이기도 했으나, 추가 후반 작업과 이선균 이슈 등으로 1년의 시간이 더 소요되면서 운명처럼 '행복의 나라'와 함께 올 여름 극장에 걸리게 됐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이선균 유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놓고 영화를 소개할 수는 없다. 개봉 후에는 영화 본연의 힘으로 흥행 레이스를 달려 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고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아직 엇갈리고 있는 만큼 관객의 선택이 뒤따를지 다소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다작 개봉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흥행 전쟁터에서 '탈출'과 '행복의 나라'는 시작부터 다소 어려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에 각 배급사들 역시 이선균의 존재가 '탈출'과 '행복의 나라' 티켓 예매와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반응 속, 영화의 장르적 재미와 신선한 소재 등 장점을 최우선으로 살려 여름 흥행 경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탈출' 배급사 CJ ENM 측은 "여름 극장가에서 선호하는 재난 장르의 영화이고, 이선균 뿐만 아니라 주지훈 김희원 배우 등 다양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몰입감과 장르적 긴장감을 더해줄 예정이다. 개봉 후 많은 입소문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각 작품에서 마주하게 될 이선균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뒤따른다. 결과적으로 남다른 '부성애'와, '정의로움'을 터뜨리는 인물이다. 판타지가 가미 된 현실 재난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영화 장르의 성격이 확연한 차별성을 꾀하는 건 그나마 다행인 지점. 배우 개인으로는 비교 가능한 카테고리의 전작 'PMC: 더 벙커'(2018)와 '킹메이커'(2022)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선균은 차기 대선 후보이자 국가안보실장 직속 라인 안보실 행정관 정원으로 분한다. 정원은 매사 자신감이 넘치지만, 유학 가는 딸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도중 붕괴 직전인 공항대교에 갇혀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 절절한 부성애 연기를 선보인다.

순 제작비 18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이 약 400만 명으로 책정됐다. 대작이 사라진 올 여름 시장 개봉작 중 가장 사이즈 큰 작품이라 흥행 부담감도 그 만큼 높다. 그래도 보는 맛 있을 기술력에 어느 정도 기본 흥행이 보장 된 여름 재난물에 대한 믿음이 아직은 살아 있다.

제작비 100억 원을 들인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선균은 실존 인물 박흥주 육군 대령을 모티브로 한 박태주 역을 맡았다.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는 대통령 암살 사건 재판에서 단 한번의 선고로 생사가 결정될 위기에 처한다. 정인후 변호사가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사전 공개 된 티저 예고편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단단하지만 초췌해 보이는 몰골에 덥수룩한 수염이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하며 이선균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 시켰다. 1000만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10.26과 12.12를 관통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 재판'으로 지난해 11월 개봉해 1000만 신화를 쓴 '서울의 봄'과 비견되는 점도 나쁘지 않다. 이선균과 마찬가지로 여름 시장 두 편의 영화를 내놓는 조정석이 이선균 몫까지 열혈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 공개의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기다린 세월보다 허무하리만치 빠르게 지나갈 터. 이선균이 남긴 두 작품이 짧은 기간 영화계에는 어떤 임팩트를 남길지, 쉽지 않은 '탈출'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의 나라'로 향한 배우 이선균의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한여름에 함께 하는 뜨거운 만남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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