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탄핵 남발은 ‘다수의 폭정’ … ‘제도적 자제’ 뭉갠 反민주행위[Deep Read]

2024. 7. 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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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우의 Deep Read - 민주당의 ‘탄핵 쇼’
검사 집단 탄핵은 ‘이재명 사법 방탄’ 용… ‘명백한 위헌·위법’ 없는데도 힘으로 몰아붙여
민주주의 최대 덕목은 자제와 관용인데… 野, 숫자를 무기로 무차별 탄핵소추·제도 오남용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에 따른 오랜 행정상의 공백을 막기 위해 자진 사퇴했다.

◇탄핵 요건

민주당이 국회 다수파라는 숫자를 앞세워 ‘탄핵 쇼’를 벌이는 상황은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을 스스로 짓뭉개는 행위이자 한국 정치의 야만성과 후진성을 드러낸 행태다.

탄핵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파면이 곤란하거나 소추가 어려운 대통령·법관 등 고위 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해 파면하거나 처벌하는 행위 혹은 제도이다. 탄핵은 입법기관이나 기타 법적으로 구성된 재판소가 위법 행위에 대해 공무원을 기소하는 절차를 포함한다. 미국처럼 상원에서 탄핵 의결이 되면 바로 파면하는 제도와 달리 우리 헌법은 소추권은 국회에, 탄핵결정권은 헌재에 부여하는 독특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는 국가정보원장, 처장, 정부위원, 각군 참모총장, 검사, 고위 외교관 등이 있다. 제2항과 제4항에서는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인용되면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했다.

◇절차와 효력

헌법상 탄핵제도의 구성과 기능은 국가마다 약간 상이하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에는 내각불신임권이 의회에 부여돼 있기 때문에 탄핵은 주로 사법부와 법관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법관과 아울러 행정부 고위 공무원과 대통령까지도 그 대상이 된다.

우리 헌법상 공직자의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지만 △정치적 무능력 △정책 결정의 과오 △단순한 부도덕 등은 해임 건의의 사유는 되더라도 탄핵의 사유는 되지 못한다. 또 탄핵소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의 행위에 ①중대한 위헌·위법사유와 ②고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기타 공무원은 재적 반수 이상 찬성이다. 국회 의결 즉시 당해 공무원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이후 헌재에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당사자의 권한이 즉시 복원되고, 인용되면 파면된다.

탄핵의 효력은 공직으로부터 파면되는 것으로 그친다. 즉 탄핵의 결정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탄핵 결정을 받은 자는 헌법재판소법 제52조 제2항에 의거, 일정 기간(5년) 동안 공직의 취임도 금지된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당한 자를 사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사면이 불가능하다는 게 헌법학계의 중론이다.

◇제도적 오남용

한국의 탄핵소추 제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공직자 직무 집행의 정지 자체를 목적으로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있다. 탄핵소추 의결 후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해당 공무원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한민국 의정사에서 공직자 직무 집행 정지 자체를 목적으로 탄핵제도를 오남용한 사례는 21대 국회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덕목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당시 임성근 판사에 대한 민주당 주도의 탄핵소추(2021년 2월)를 기점으로 민주적 관행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원내 절대 다수파가 된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이 아닌 숫자에 의존해 탄핵을 오남용하면서 다수의 폭정을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야당이 된 민주당의 탄핵 오남용은 극에 달했다. 지난해(2023년)만 해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2월)-안동완 검사(9월)-손준성·이정섭 검사(12월) 등 탄핵소추를 이어갔다.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제도적 자제는 찾아볼 수 없었고, 급기야 2일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또 이동관·김홍일 등 2명의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추진됐지만, 두 위원장은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탄핵소추 결의 직전 사퇴했다.

◇입법 흠결

탄핵제도의 오남용에 대한 문제점은 현행 9차 개정헌법 시행 당시부터 지적돼 왔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상호 탄핵소추권의 위헌적 행사를 자제했다. 이번에 이런 관행이 깨진 것은 특정 정파의 야만성에 의해 국회가 문명의 힘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탄핵소추는 명백한 위헌·위법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해 공직자를 파면한 후 새로운 증거나 상황 변화로 법원에서 당해 행위가 무죄로 판명된 경우, 현행 헌법이나 법률에는 특별한 구제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다. 복직해야 하는지 여부, 손해배상의 산정 등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심각한 입법 흠결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탄핵소추권을 오남용한 국회와 특정 정당·정파,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권의 오남용이 빈발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오남용해 죄 없는 공직자를 탄핵소추 한 경우엔 그 어떤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 같은 입법 흠결을 이용해 이재명 전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검사 탄핵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압도적인 다수의 힘으로 향후 법관도 탄핵소추해 재판 지연을 노리고, 심지어 대통령의 권한행사도 정지시키려 들 가능성이 있다.

◇문명과 야만

민주당이 2일 탄핵소추하려 했던 김홍일 위원장이나 실제 탄핵절차에 돌입한 4인 검사들 역시 ‘명백한 위헌·위법’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오남용하는 것은 다수의 폭정이고,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며, 야만으로의 회귀 선언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용어설명

‘탄핵소추’는 대통령, 국무위원, 판·검사 등 고위 공무원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국회가 위법을 고발하는 것. 그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사 역할을 맡고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를 가리게 됨.

‘입법 흠결’은 입법 과정에서 법의 완결성에 결함이 생긴 것. 새 규범의 발생, 입법 기술의 미숙 등이 원인인데 이를 이유로 법관이 재판을 거부할 수 없음. 이 경우 조리·관습·판례 등으로 보충.

■ 세줄요약

탄핵 요건 :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사건 수사 담당자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 공직자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당사자의 행위에 ①중대한 위헌·위법사유와 ②고의 과실이 있어야 함.

제도적 오남용 : 한국 탄핵소추 제도의 최대 문제점은 국회가 이를 공직자 직무집행의 정지 자체를 목적으로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민주당의 탄핵 남발은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을 뭉개는 것.

문명과 야만 : 원내 절대 다수파가 된 민주당이 명백한 위헌·위법도 없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며 다수의 폭정을 이어오는 건 ‘이재명 사법 방탄’에 목적이 있음. 이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며 야만으로의 회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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