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 거장’의 원숙한 작법 한껏 드러나는 생애 마지막 걸작[이 남자의 클래식]

2024. 7. 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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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 내용의 작품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들 수 있는데, '만약 세상의 모든 음악작품이 사라진다 해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만 남아 있다면 인류가 지금껏 쌓아왔던 음악적 수준을 재건할 수 있다'고 비유할 만큼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흔히 '음악의 구약성경'이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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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바흐 ‘음악의 헌정’
프로이센 왕 의뢰받아 작곡
처음엔 3성… 이후 6성으로
특유의 엄격함·복잡성 선율
푸가 형식의 집약으로 평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 내용의 작품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들 수 있는데, ‘만약 세상의 모든 음악작품이 사라진다 해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만 남아 있다면 인류가 지금껏 쌓아왔던 음악적 수준을 재건할 수 있다’고 비유할 만큼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흔히 ‘음악의 구약성경’이라 불리고 있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는 이처럼 후대를 위한 방대한 양의 음악적 유산을 남긴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지만 현대의 언어 감수성과는 동떨어진 수식어이니 새로운 별칭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바흐가 남긴 마지막 유산은 어떤 작품일까? 바로 ‘음악의 헌정’이란 작품이다.

1747년 5월 바흐는 독일 베를린 근교의 포츠담 상수시(sanssouci) 궁전을 방문한다. 바흐가 번민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 상수시 궁전을 방문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궁의 쳄발로 주자로 있던 둘째 아들 카를 필립 에마누엘(1714∼1788)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바로 왕인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1712∼1786)를 알현하기 위해서였다. 프리드리히 2세는 본인이 플루티스트일 정도로 예술을 사랑했던 왕으로 상수시 궁전 역시 음악 감상실과 플루트 연주실, 도서관 등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놓았을 정도였다. 피아노 또한 15대씩이나 소장했던 왕은 이곳에서 당대 최고의 예술인들과 교유하며 대화와 토론을 벌이길 좋아했다.

왕은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자 대위법(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법)의 1인자였던 바흐를 초대해 그의 연주와 음악관을 직접 듣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왕을 알현한 바흐는 건반의 대가답게 현란한 즉흥연주를 펼쳐 왕과 주위에 모인 모든 이들을 탄복하게 했다. 그러자 왕은 자신이 생각해 낸 음악적 주제를 바흐에게 제안하며 이것을 6성 푸가(fuga)로 곡을 지어 연주해 줄 수 있겠느냐며 물어왔다. 푸가란 하나의 선율을 한 성부가 연주한 뒤 다른 성부가 이를 모방하며 뒤따라 추격하는 일종의 돌림노래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왕이 제시한 주제는 푸가로 연주하기에는 결코 적합하지 않은 것이어서 바흐는 대신 3성 푸가로 연주를 펼쳐 보인 뒤 자신이 정한 주제로 6성 푸가를 들려 드리겠다며 그 자리에서 연주를 펼쳐 보였다.

알현을 마치고 라이프치히로 다시 돌아온 바흐는 이날의 일이 맘에 걸렸다. 왜냐하면 왕이 제시한 주제로 6성 푸가를 시연해 보이지 못했던 것이 끝내 아쉬웠던 것이다. 그러곤 그 날 왕이 제시했던 주제를 떠올리며 작곡하기 시작했고 약 두 달 뒤 프리드리히 2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국왕 폐하, 미천한 소인은 폐하께서 저에게 직접 하사하신 선율로 작곡한 ‘음악의 헌정’을 바칩니다. (중략)… 당시 폐하께서 저에게 선율의 주제를 주셨으나 저는 그 훌륭한 주제로 6성 푸가를 만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주신 고귀한 선율을 완벽하게 다시 다듬어 이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 폐하의 충직한 시종, 바흐

얼핏 왕을 향한 충성심을 담은 작품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작품이 지닌 엄격함과 복잡성만 미루어 보더라도 왕의 취향을 고려함이 아닌 만년 바흐의 원숙한 작법을 녹여낸 바흐 음악관의 절정을 이루는 작품이라 보는 것이 온당하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바흐, 음악의 헌정

1747년 바흐의 나이 62세에 작곡한 작품으로 ‘푸가의 기법’과 함께 바흐의 만년을 장식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프리드리히 2세의 주제에 의한 작품으로 2개의 리체르카레, 1개의 트리오 소나타, 그리고 10개의 카논(canon)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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