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결제했는데"…무인점포 절도 누명 쓰고 얼굴 공개된 부부

강영훈 2024. 7. 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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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 진심을 담은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경기도 남부지역 한 아파트단지 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절도범으로 몰려 동네에 얼굴이 공개된 30대 A씨는 지난 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6월 9일 해당 무인점포에서 3천400원을 결제한 내역이 있었고, 22일 또한 결제가 제대로 됐다. 22일 결제의 경우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촬영을 해놨다"며 "너무 황당해서 가게 안에 적힌 업주 전화번호로 연락해 항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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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결제 내역 누락 오해로 사진 게시…"사과드린다" 뜻 전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직접 만나 진심을 담은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경기도 남부지역 한 아파트단지 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절도범으로 몰려 동네에 얼굴이 공개된 30대 A씨는 지난 3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9일 저녁 아내와 함께 아파트 상가 내 무인점포로 가 3천400원어치의 아이스크림 4개를 구매했다.

무인점포 입구에 붙은 사진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가게 안에 결제 방법으로 안내돼 있는 방식 중 하나인 모 간편결제를 이용,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 뒤 10여일이 지난 같은 달 22일 A씨는 이번에도 역시 아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 위해 같은 무인점포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무인점포 입구에 자신과 아내의 얼굴을 포함한 옆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사진이 게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아래에는 '2024년 6월 9일 저녁 7시 50분경 아이스크림 4개 결제 안 하고 가신 분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아파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단지이지만, 다른 단지와 거리가 좀 있는 데다 아파트 상가에 무인점포가 단 1개뿐이어서 다수의 입주민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지에 아이스크림 절도범으로 몰린 A씨는 즉시 앞선 결제 내역을 살펴보는 한편, 똑같은 간편결제를 이용해 정상 결제가 되는지 확인했다.

A씨는 "6월 9일 해당 무인점포에서 3천400원을 결제한 내역이 있었고, 22일 또한 결제가 제대로 됐다. 22일 결제의 경우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촬영을 해놨다"며 "너무 황당해서 가게 안에 적힌 업주 전화번호로 연락해 항의했다"고 했다.

무인점포 업주 B씨는 정상 결제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진을 게시해 놓은 것은 자기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아울러 주말이 지난 뒤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B씨는 같은 달 24일 A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페이가 △△페이와 연동돼 제휴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 단계여서 결제 증빙이 누락된 것 같다"며 "고객님의 사진이 무단 게시돼 매우 불쾌했을 거라 생각돼 사죄의 뜻으로 구매 금액의 10배를 돌려드리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무인점포 업주의 사과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씨는 실제로 A씨와 아내 두 사람에게 각각 3만 4천원을 송금했으나, A씨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시간에 전화로 하든 대면으로 하든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나는 보상을 받고자 주말 내내 B씨에게 (결제 내역 등에 대한) 확인 요청을 한 것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나와 아내의 사진을 무단 게시한 일수에 해당하는 14일간 게시해달라고 B씨에게 요청했지만, 일주일 넘도록 사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는 B씨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을 경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B씨는 "(6월 22일) 전화할 당시 A씨가 고성을 내며 화를 내 직접 대면해 사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안전 문제가 우려돼 경찰 입회 하에 만나서도 분리된 상태로 진술을 했다"며 "다만, 다른 방식으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A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정으로 인해 아직 사과문을 게시하지 못했지만, 곧 게시할 예정이다"라며 "사진은 (미결제로 의심되는) 당사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얼굴 정면이 아닌 옆모습이 나온 사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에는 인천의 한 샌드위치 무인점포 업주가 여중생을 절도범으로 오해해 그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경찰에 고소당하는 등 최근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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