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연애하면 어떨까? 신이 허락해야…" 그 신묘함에 끌리는 '신들린 연애' [스프]

2024. 7.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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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바야흐로, 연프('연애 프로그램'의 줄임말) 범람의 시대다.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솔로나라에 입소하고(나는 솔로), 헤어진 전 연인과 한 공간에서 지내기도 하고(환승연애), 남매가 같이 이성을 탐색하기도 하고(연애남매), 심지어 동성들의 연애(남의 연애)를 다루기도 한다. 내가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수많은 시청자가 남이 썸 타는 걸 지켜보며 대리 설렘을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에 과몰입한다.

이미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기에 더 이상 새로운 포맷이 나오기 힘들 거라 생각한 연프 시장에, 지금까지 선보인 그 어떤 연프보다 강한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기발한 연프가 탄생했다. 매주 화요일 밤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MZ 점술가들의 로맨스를 다룬 SBS '신들린 연애'다.


 

이 기묘하고 신묘한 재미는 뭐지?

'신들린 연애'는 신점을 보는 무당, 사주를 풀어주는 역술가, 타로카드로 운명을 들여다보는 타로 전문가까지, 늘 남의 연애운만 점쳐주던 각 분야별 남녀 점술가 8인이 직접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8인의 남녀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며 서로를 알아가고 그 사이에서 연애 감정이 싹트는 걸 지켜본다는 게 여느 연프랑 크게 다를 바 없는 설정이지만, 출연자들의 직업이 점술가라는 아주 신박한 차이가 이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만든다.

8인의 남녀는 '신들린 하우스' 입주 전에 이성의 사주패만 보고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는 상대를 고르고, 이후 실제로 같이 생활을 하며 마음이 끌어당기는 짝을 찾아 나간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사주만을 보고 골랐던 상대들이 실제 러브라인으로 이어지는 소름 돋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운명이라 여겼던 사람과 엇갈릴 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3대째 무당 집안인 함수현, 신내림 받은 지 6개월 된 박수무당 이홍조, 악귀 쫓는 퇴마 전문 무당 박이율, 연세대 수학과 출신 역술가 이재원, 절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사주를 봤다는 13년 차 경력자 허구봉 등 화려한(?) 점술가 스펙에 훈훈한 비주얼까지 갖춘 8인은 대화나 사고방식이 보통의 남녀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그런 기기묘묘한 상황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미모의 여성 무속인 함수현은 예쁘게 메고 나온 가방에서 커다란 무당방울을 꺼내 점을 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제사 음식"이라 대답하는 모습으로 '신들린 연애' 첫 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남녀가 첫 데이트에 나가 절에 가서 삼배를 하고 소원초를 켜는 등 범상치 않은 데이트를 즐기고, 서로가 서로의 점사를 자연스럽게 봐주며 대화를 나눈다. "무당이랑 연애하면 어떨 거 같아?"라고 묻거나, "젤리 하나 사줘요. 저희 동자(신) 주게", "타는 건 다 잘 타. 작두 타는 것처럼" 등의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가 오간다.

이들이 왜 점술가가 됐는지, 거부할 수 없었던 사연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함수현은 은행원으로 10년을 일했지만 무당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악 많이 썼다. 평범하게 살려고", "(무당) 진짜 너무 안 하고 싶었다. 10년 동안 오기로 버텼다"며 힘들었던 당시 기억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통역사,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이홍조 역시 신병을 앓았던 어머니와 동생한테 신이 내려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땅을 치며 오열했다. 3대에 하나는 나와야 한다면, (내가) 신 뿌리들을 다 끌고 오려 했다"라며 가족을 대신해 무당의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남다른 사연을 털어놓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제는 점술가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는 이들은 사랑을 찾기 위해 '신들린 하우스'에 모였다. "무당이라 하면 사람들이 약간 멈칫한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연애를 못 한다고 생각했다"는 함수현의 말에서, 현실에서 이들의 연애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과연 8인의 '신들린' 남녀는, 촉과 감이 난무하는 '신들린 하우스'에서 자신의 짝을 찾을 수 있을까.

8인의 점술 남녀, 어떻게 모았나?

'신들린 연애'의 연출을 맡은 이은솔 PD는 출연자 섭외 기준에 대해 '얼마나 MZ스럽나'와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봤다고 밝혔다.

이 PD는 "점술가지만 겉으로 봤을 땐 점술가 같지 않은 친숙함, 혹은 좀 파격적인 것, 둘 다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이 하는 업에 대해서, 운명이란 것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깊이 생각해 본 친구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섭외했다"라고 전했다.

'신들린 연애' 제작진은 출연 남녀 섭외를 위해 약 1,500명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가운데 100여 명을 실제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PD는 "그 친구들을 한번 만난 게 아니라 최소 두세 번 만나 긴 인터뷰를 거쳤다. 이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업을 택했고 살아왔는지를 많이 보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섭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이유로 출연이 불발된 경우도 있었다. 이 PD는 "신령님이 반대해서 엎어진 친구도 있다. 출연자 함수현 씨는 반대로 신령님이 허락해서 나온 경우다. 또 산에 기도하러 들어가 연락이 끊긴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출연자 한 명의 결심으로 출연이 성사되는 게 아니라, 모시는 신령, 신어머니나 신아버지의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독특한 출연 허가 단계가 있었다. 또한 이 PD는 "사주 보는 역술가들은 시기를 보더라. 방송 나가는 시기와 본인의 운의 시기가 맞아떨어지느냐를 보는데, 그거에 따라 엎어진 경우가 꽤 있다"라고 귀띔했다.

점술이란 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미신적인 요소가 강한 분야이다 보니, 출연하는 점술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의문도 따른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할 수 있는 검증은 다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PD는 "(출연자의)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다 보기도 했고, 혼인관계증명서도 떼어 봤다. 또 범죄 전과 조회 같은 것도 진행했다. 할 수 있는 검증은 다 했다"라고 말했다.

운명과 본능 사이의 딜레마

'신들린 연애'는 예능제작 파트가 아닌 SBS 시사교양본부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을 만드는 교양 PD들의 손을 거쳐서 그런지, '신들린 연애'는 다른 연프와 다르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과 실제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본능, 그 사이에서 오는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다.

'신들린 연애'의 김재원 CP는 "인간의 역사 속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술인, 점쟁이가 항상 있었다. 미래를 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 사이에서 인간은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본다. 특히 미래를 볼 줄 아는 입장에서 내가 받아들여야 될 운명을 아는데 그게 실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다르다면 어떨까. '신들린 연애'는 그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그 딜레마를 어떻게 보여줄지를 솔직하게 담으면 프로그램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시청자들께 보여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신들린 연애'의 제작 이유를 밝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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