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한 곳엔 어김없이 그들이 있다…어느새 100만 명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7.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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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이주노동자1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새 2024년의 절반이 지나고 7월이 왔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독자 여러분이 계획했던 일은 잘 이뤄졌을까요? 마부뉴스는 한 주간 휴가를 보내면서 지난 반년을 돌아보고 재충전을 해 돌아왔습니다. 마부뉴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먼저 지난 6월 24일에 경기도 화성 리튬 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3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죠.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화성 참사를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화재 사고의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였거든요.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하지만 그들에게 사회안전망은 잘 발휘되고 있는 걸까요? 먼저 이번 편에서는 대한민국 이주노동자의 규모와 산업재해율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에 잡히는 이주노동자 92만 명

1990년 UN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이라는 것을 채택합니다. 단지 각각의 국가 차원이 아니라, 국제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거죠. 이 협약을 만들면서 UN은 이주노동자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국적국이 아닌 국가에서 비국민 신분으로 유급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말이죠.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이렇게 크게 2개 자료가 있습니다. 예전 <이주민과 함께하는 사회, 어떻게 생각하나요?>에서 다문화국가와 이민자 규모를 다루면서는 행정안전부 통계를 활용했었죠. 행정안전부 통계는 지자체별로 외국인 주민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취업을 해서 돈을 벌고 있는 외국인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법무부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외국인들이 어떤 비자를 가지고 체류하고 있는지, 체류 자격별로 구분해서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중에서도 법무부와 통계청이 2017년부터 매년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는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왔습니다. 2017년 이전 자료는 '외국인고용조사' 자료라는 것 참고하세요.


2023년 5월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상주하고 있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모두 143만 명입니다. 이 중에 92만 3,000명, 그러니까 외국인의 64.5%가 취업한 상태, 즉 이주노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체류 외국인과, 단기 체류 외국인들까지 포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이미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는 100만 명 이상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통계로 잡힌 92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에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일하는 외국인들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라색으로 표시된 게 비전문취업이죠. 비전문취업 비자를 가진 외국인은 1차, 2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등의 단순 노무직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92만 명의 취업자 중 29.1%인 26만 9,000명이 비전문취업 자격을 갖고 일하고 있죠.

비전문취업 다음으로 많은 자격은 재외동포(F-4)입니다. 10년 전엔 그 규모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엔 크게 늘어서 전체의 27.1%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번 화성 참사에서 사망한 18명의 이주노동자 중 재외동포 비자를 갖고 있던 노동자가 11명으로 가장 많기도 했죠. 비전문취업 비자를 갖는 이주노동자는 취업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반면, 재외동포 비자를 갖고 있는 이주민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 어느 산업군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을까?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체 이주노동자들 중 광업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습니다. 전체 취업자 92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44.6%가 광,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죠. 비전문취업 비자로만 한정 지으면 그 비율은 80.4%까지 늘어납니다. 건설업에도 이주노동자 비율이 꽤 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이주노동자 중 12.1%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죠.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다른 산업군보다 훨씬 많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많습니다. 2021년 당시,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에 따르면 합법 이주노동자가 3만 2,774명인 반면, 불법 노동자는 10배 가까이 되는 32만 10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취업이 허용된 건 1991년입니다. 당시에도 생산직을 기피하면서 중소기업에서는 당장 일할 일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었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게 바로 '산업연수생' 제도입니다.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의 자격으로 들어온 외국인에게 저임금으로 그들의 노동력을 확보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어요. 하지만 일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기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죠. 제도 도입 초반부터 임금 체불 문제, 노동권과 인권 침해 문제 등이 불거졌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꾸준히 처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1994년 미등록 이주노동자 13명이 경실련에서 한 농성이 시작이었죠. 1995년엔 욕설과 구타에 시달리던 네팔 출신 산업연수생들이 탈출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저항과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도 변화는 너무 느렸습니다. 2003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화되면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었고, 이때부터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성이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들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라 노동 관련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앞서 살펴봤듯 이주노동자들은 1차, 2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산업군은 유해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많죠. 위험 요소가 많은 작업환경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보건안전 관리 정책에서는 열외되고 있는 상황이라 안전사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 평균보다 높아


데이터로 한 번 살펴볼게요. 위 그래프는 1999년부터 2022년까지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현황을 시각화한 자료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산업재해를 겪은 이주노동자는 모두 8,262명. 이 중 108명이 사망했습니다. 2022년 이주노동자 규모가 84만 3,000명이니까, 산업재해율을 계산해 보면 0.98% 정도가 나옵니다. 근로나 10,000명 중 사망자 비율(사망 만인율)은 1.28명이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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