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보헤미아' 체코의 숨은 매력 ② 베토벤·모차르트 키운 프라하

성연재 2024. 7.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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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로브코비츠 가문에 '영웅'과 '운명' 헌정

(프라하=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프라하는 알고 보면 악성(樂聖) 베토벤과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를 키운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을 후원한 것도 당시 보헤미아를 주름잡던 로브코비츠 가문이었다.

베토벤은 로브코비츠 가문에게 자신의 교향곡 5번 '운명'과 3번 '영웅' 등을 헌정했다.

모차르트는 프라하 시민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용기를 얻어 불우했던 말년에도 불후의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

연주회 펼쳐지는 루돌피눔 [사진/성연재 기자]

베토벤 키운 로브코비츠 가문

프라하성은 대부분의 관광객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실제 프라하성으로 착각하며 사진을 찍는 건물은 알고 보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가운데 하나인 성 비투스 대성당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018년 방문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큰 보물을 발견했다.

체코에서는 민간 궁전으로 특이하게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례적으로 등재된 로브코비츠 궁전이다.

로브코비츠 궁전은 프라하성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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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코비츠 궁전 [로브코비츠 궁전 제공]

대부분 프라하성을 둘러본 뒤에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여행목적지로 향하기 마련이어서 이곳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로브코비츠 궁전의 주인 로브코비츠 가문이야말로 지금의 서양 클래식 음악을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가문이다.

알고 보면 프라하는 악성(樂聖) 베토벤과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를 오늘날 이 자리에 있게 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로브코비츠 가문이 있었다.

로브코비츠 가문으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은 베토벤은 교향곡 3번 '영웅'과 5번 '운명'을 비롯해 많은 교향곡을 로브코비츠 가문에 헌정했다.

교향곡 3번 영웅에 얽힌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하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작곡했지만,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분노에 차 악보 표지를 찢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로브코비츠 궁전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등의 친필 악보가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로브코비츠 가문의 후손 [사진/성연재 기자]

모차르트를 열렬히 후원한 프라하

프라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곳이다.

모차르트는 이처럼 프라하 시민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용기를 얻어 병색이 짙은 말년에도 불후의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

모차르트는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준 프라하 시민들을 위해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작곡했고, 1787년 10월 29일 에스테이트 극장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했다.

그래서 프라하는 '돈 조반니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에스테이트 극장의 얼굴 없는 유령 동상 [사진/성연재 기자]

모차르트를 아꼈던 프라하 시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얼굴 없는 유령'이라는 청동상을 제작해 그에게 선물했다.

그러면 모차르트는 왜 당시 변방에 불과했던 이 프라하를 이토록 사랑했던 것일까.

그것은 신성로마제국 소속의 보헤미아 지역인 프라하에는 왕이 거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중들의 삶이 더 자유로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중세 봉건시대 영주의 초야권(初夜權)을 비꼬는 희극 오페라이다.

초야권은 중세 시대 영주가 남녀의 결혼 시 그 신부와 먼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에스테이트 극장 내부 [사진/성연재 기자]

초야권의 실제 존재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지만, 모차르트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작품 소재로 많이 다뤘다.

이는 프라하에서 귀족과 군주들을 풍자하는 작품들이 자유롭게 만들어질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프라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비셰흐라드 구역에는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묘지가 있다.

이곳에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가 잠들어 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화가 알폰스 무하와 작가 얀 네루다, 카렐 차페크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학자와 화가들도 함께 모셔져 있다.

벨라스케스의 '마르가리타 공주' [사진/성연재 기자]

곳곳에 숨은 명작과 명소

이곳에서 또 다른 걸작을 발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의 '시녀들'에 그려진 유명한 마르가리타 공주와 동일 인물을 그린 작품으로, 벨라스케스의 것이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외삼촌과 결혼해 20대 초반까지 6명의 아이를 낳았다가 요절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한편, 로브코비츠 가문의 2대 왕자 바츨라프 유세비우스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남편 레오폴드 1세 제위 시 제국의회 의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이 초상화를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플랑드르 지역 민중들의 삶을 화폭에 담은 브뤼헐의 작품도 한 점 비중 있게 전시되고 있었다.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집안답게 내부에는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다.

집주인의 양해를 받아 취재 일행 중 피아니스트 김윤경 씨가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했고, 수많은 관람객이 숨죽이며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이는 마치 프라하의 또 다른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모차르트 호텔 [사진/성연재 기자]

로브코비츠 성의 또 다른 매력은 대연회장 바로 옆 테라스에서 프라하 시내를 독특한 각도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내에는 모차르트가 묵었다는 모차르트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이 호텔은 프라하성과 블타바강이 보이는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호텔에는 희대의 난봉꾼 카사노바도 묵어 더욱 유명해졌다.

카사노바와 모차르트가 묵었던 방은 여전히 고객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카사노바가 묵은 방 앞에는 세 방향으로 난 계단이 있어 누가 어떻게 드나들었는지 알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모차르트의 방보다 카사노바의 방이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카사노바의 방은 여러 갈래 출입구가 있어 누가 어떻게 드나들었는지 알기 어렵다. [사진/성연재 기자]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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