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선수 골 세리머니에 대사 소환까지…저 ‘손모양’이 뭐기에

이가영 기자 2024. 7. 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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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유로 2024 16강전, 튀르키예 중앙 수비스 메리흐 데미랄(26‧알아흘리)이 후반 14분 골을 넣은 후 늑대 모양 손동작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튀르키예가 유로 2024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경기 이후 외교 갈등이 벌어졌다. 이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튀르키예 선수의 골 세리머니가 원인이었다.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 튀르키예 중앙 수비수 메리흐 데미랄(26‧알아흘리)은 경기 시작 57초 만에 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14분에도 헤더 골을 넣었다.

이후 데미랄은 두 팔을 올리고 양손으로 ‘늑대 모양’을 만들었다. 엄지와 중지‧약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이다. 이는 유럽에서 극단적 민족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한다.

‘회색 늑대’는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의 청년 그룹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집권정의개발당(AKP)과 동맹을 맺고 있다.

MHP는 1960년대 창당 이후 수십 년 동안 좌파 단체를 상대로 한 폭력 행위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왔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회색 늑대’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됐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데미랄이 선보인 회색 늑대 경례법을 금지했다. 독일에서는 아직 해당 손동작이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독일 당국은 12000명으로 추정되는 ‘회색 늑대’ 회원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경기 이후 독일 정치권에서는 데미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엑스(X)에 “튀르키예의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로를 인종 차별의 장으로 이용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셈 외즈데미르 연방 장관 역시 “데미랄의 손동작은 극우적이며 테러,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유로 2024 16강전, 튀르키예 선수 메리흐 데미랄(가운데)이 팀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자 튀르키예 정치권이 반발했다.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늑대 경례가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아니라고 한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민족적 전통으로 여길 수도 있는 셈이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 오메르 셀릭은 “UEFA의 조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독일 대사를 소환해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외무부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사용한 것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하고 있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데미랄은 자신의 손동작이 국가적 자부심을 순수하게 표현한 것이며 숨겨진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인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며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그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에 그렇게 손동작을 취했다”고 했다. 이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며 “같은 손동작을 다시 할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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