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쉽진 않겠지만 이탈 선수 없도록" 강성형 감독의 비시즌 이야기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코로나19 확산세와 여러 난관들로 도전 기회를 거푸 놓쳤지만 23-24시즌 마침내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이룬 염원이었다.
지난 시즌을 원하는대로 마무리한 현대건설은 긴 휴가에서 조금씩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MHN스포츠는 최근 용인 소재 훈련장에서 현대건설의 통합우승을 함께 한 사령탑 강성형 감독과 만났다.
당시 강 감독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응원하러 막 일본에 다녀온 후였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2024 VNL에서 2년만에 첫 승, 더 나아가 2승(태국전, 프랑스전)의 성적표를 올렸다.
본지 취재진과 만난 강 감독은 "팀이 오는 9일부터 합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우리가 휴가가 길어 훈련이 잘 안됐다. 또 베테랑 선수들은 합류가 조금 늦은 편이다. 현재는 체력훈련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양효진의 목 상태는 나아졌는데 손가락이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다"며 간단하게 선수단 컨디션을 전했다.
이하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일문일답
- VNL현장에 응원 차 다녀왔다. 이번 한국 여자배구가 2승을 거뒀는데 어떤 점에서 나아졌나?
실력 차이는 이탈리아나 다른 강국들에 비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다만 코트 안에서 해보려는 생각은 있는 것 같더라. 감독 스타일은 (이전 세자르 감독과는) 다른 것 같더라. 세자르 전 감독은 서브에 신경을 쓰고 강타 위주로 공략을 가져갔다. 반대로 모랄레스 감독은 서브에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인을 넣는다. 또 블로킹에서도 전술적인 면을 많이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높이나 스피드는 강국들을 따라갈 수 없지만 조직적인 면에서는 더 괜찮아졌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국전 당시에도 태국 선수들이 100% 전력이 아니었어서 그런 쪽에서도 걱정은 된다. 부상 없이 국가대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 좋아지겠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정지윤의 활약은 어떻게 봤나?
공격적인 면에서는 지난해보다 훨씬 빨라졌다. 세트플레이도 (김)다인이랑 적응을 잘 해서 더 나아진 것 같다. 공격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보는 시야도 좀 더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리시브에서는 아직 목적타를 받고 있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 리시브는 많은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기본기 중 하나인데.
어렵다. 저도 이쪽 포지션에서 활약했지만 해도해도 어려운게 리시브다. 서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볼을 터치하는 감도 그렇고 배구 센스가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다. 10년을 아웃사이드 히터만 한 선수도 어려워한다. 또 한국이 85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면 타 국가는 90의 높이로 때려온다. 볼이 슬라이스가 걸려서 흔들리는 그런 (난구의) 경우도 판단을 잘해서 받아야한다.
- 타 팀 엔트리가 비시즌 요동쳤는데 현대건설만 그대로다. 안정적인 측면은 더 나을지 몰라도 분명 단점도 있을 것이다.
우리 팀은 다음 시즌에 분명 더 힘들거다. 호흡적인 부분을 중시했다. 상대는 아시아쿼터와 FA로 전력을 보강했지만 우리는 다 그대로다. 우리는 미들블로커에서 득점을 많이 내는 편이다. 다만 상대가 중국 선수 등 미들을 보강했기에 (올 시즌)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분석같은 경우는 한 라운드를 거치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현대건설은 미들이 높지만 양 날개가 낮다. 지난 시즌은 해당 전력으로 우승했지만 한계에 부딪힐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게 우리가 항상 약점이었다. 우리가 중앙 블로커들의 높이가 있지만 정관장도 상당히 높은 팀이다. 양효진이 좋은 블로킹을 하지만 유효블로킹에 치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서브도 우리가 중위권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어느 부분을 공략해서 (상대) 리시브를 흔들고 유효블로킹을 낼 것인지 고민하겠다. 올해는 또 상대 중앙들이 높아졌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으므로 우리 장점을 좀 더 극대화하는데 비중을 두겠다.
- 세터 백토스와 파이프 활용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현재는 양효진이 앞차(앞 시간차) 공격을 사용하고 있어 파이프 옵션이 많이 쓰이지 않는다. 이걸 쓰려면 효진이가 은퇴를 해야한다(웃음) 위파위가 때릴 수는 있지만 중앙 공격수가 워낙 높은 공격을 쓰고 있다. 또 이다현이 가운데 파이프를 적당히 섞어쓰고 있고, 위파위와 정지윤이 대표팀에서 시도했기에 접목해 볼 생각이 있다. 다만 장착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 앞서 황연주가 유소년 배구와 2군 리그에 대해 발언했다. 프로 감독의 시각으로는 어떻게 보는지?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프로팀을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는 유소년의 기본기 부족이 상당히 힘든 부분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친구들은 그나마 낫다. 그런데 키가 큰데 늦게 시작한 선수들은 심각할 정도로 기본기가 부족하다. 일본 선수같은 경우는 선수들의 기본기 폼이 모두 일정하다. 한국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일본의 하위리그 팀에 가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볼 터치의 수준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지도자들도 문제다. 이 지도자가 다르고 저 지도자가 다르다. 이 부분이 통일되지 못하니 선수들의 폼이 모두 다르다. 2부 리그가 급한게 아니라 각 팀에서 학교를 지정해서 연구해야한다. 또 지도자를 프로 구단이 관리해서 일정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들을 프로에 올려보내면 좋겠다. 연봉이 적으니 유소년은 좋은 지도자 유입이 적은데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 차원에서의 깊은 관리가 중요하다.
-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쉽지 않겠지만 이탈하는 선수가 없는 것으로 하겠다. 또 (이)다현이 해외 진출에 대해 말하자면, 다현이는 정말 해외에 나가고 싶어했다. 자기 미래를 생각해 해외에서 배워오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비시즌에 자기 PR을 해외 각 구단에 전했다. 또 실제로 에이전시를 통해 이탈리아 1부와 튀르키예 1부 두 팀에서 오퍼가 들어왔다. 그런데 연봉 협상 도중에 타이밍을 놓쳐 2부밖에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샐러리캡을 (이다현이) 나간다는 전제하에 짜놨는데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본인도 갔다왔으면 연봉이 올라갔을텐데 상황이 어려워져서 1억원이 채 못되는 금액을 받는다. 문제는 이듬해에 이다현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근데 연봉 1억이 안되니 B그룹이 돼버렸다. 이대로 다른 팀에 이적하게 되면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 페이컷같은 것으로 내보내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오해가 있었다. 팀워크를 잘 다져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해보겠다.
- 끝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지금이 딱 좋다. 선수들과 격의없이 하는 이미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성적도 더 잘 나오고 있다. 굳이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 또 훈련 시간때는 감독으로서 뭐라 잔소리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선수들이 내게 농담도 하고 잘 지낸다. 그렇다고 해서 선을 넘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만족한다.
사진=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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