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진보, ‘기본’ 서비스 늘릴 것, 종부세·상속세 감세 안 돼”

정남구 기자 2024. 7.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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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구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 현실감 없고 공감력 떨어져
민생 심각한 위기, 총수요 진작 서둘러야
차등지원·감액 가능, 민생지원금이 최선
민주당 지향점은 시장 존중, 기층민중 배려
기본서비스 확대 고민, 기본소득은 지역 실험
최근 방미에선 ‘한미일 동맹은 반대’ 밝혀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8층 원장실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161석(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획득해 국회에서 입법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게 된 더불어민주당의 씽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에 이재명 전 대표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68) 가천대 석좌교수가 지난 5월2일 취임했다. 이 대표가 주창해 온 ‘기본’ 정책의 설계자이면서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장,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그가 이끄는 민주연구원의 활동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취임 두 달을 맞아 한겨레와 만난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지향점에 대해 “한국 사회는 기층 민중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사회”라며 “민주당은 기층 민중에 대한 ‘공감’에 뿌리를 둔 민주주의 진보정당”이라고 말했다. 기층 민중이란 ‘국가나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피지배계층, 일반 대중’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민주연구원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공적 서비스를 공급하고, 재원을 확충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나라”를 지향한다며, 나라살림의 안정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도입하고. 종합부동산세 상속세도 현행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님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의 ‘ 막후 실세 ’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후 실세는 커녕 실세도 아닙니다. 제가 1년간 돈을 벌어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성남의 경원대학(현 가천대학)에 강사를 거쳐 교수로 일할 때였습니다. (1985년) 가을 학기 개학한 지 얼마 안돼 제가 가르치던 송광영 학생이 강의실 바로 앞에서 분신을 했습니다. 쫓아나가 불을 껐는데 세상을 떠났지요. 유학을 포기하고 성남에 남게 됐고, 그 무렵 이재명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학생들 문제 생기면 이 변호사가 도와주고 저는 이 변호사가 잘 모르는 사안에 조언하고 그렇게 공생관계였습니다. 사회 문제는 접근이 쉬운데 경제는 조금 어렵잖아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는데, 저는 이 대표를 통해 무언가 이득을 얻은 적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인사에도 부탁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도 제가 편했을 것입니다.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착각한 분들이 지난 총선 때 찾아오던데, 아주 잘못 안 겁니다.”

―이재명 대표 가 민주연구원장에 임명하면서 특별히 주문하신 게 있습니까 ?

“자∼알 부탁합니다, 라고 했습니다(웃음). 훨씬 역할을 많이 해달라는 뜻이었겠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에 맞춰 잘 준비해달라는 의미고, 더 길게는 우리나라 민주주주의 진보정당의 기초를 좀 더 마련해달라는 뜻일 거고요. 와보니 자원이 한참 부족합니다. 박사급 연구원이 15명 밖에 안됩니다. 그 인력으로 직접 다 연구를 할 수 없으니, 연구보다 의제 설정을 중시하고 연구원을 민간이 참여하는 허브로 만들려고 합니다.”

―민주당에 대해 ‘진보정당’이라는 표현을 쓰시는군요.

“한국 사회는 기층 민중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했던 사회지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배려가 약했기 때문에, 기층 민중에 대한 공감이 큰 것을 저는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그렇게 안 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진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계급적 의미를 담은 서구의 진보 개념하고는 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는 얼마나 자주 만나고 소통하십니까?

“민주연구원장은 중앙위원이고, 당무위원이고, 최고위원 회의에 항상 배석합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른 것까지 하면 피곤해지니까, 저는 민주연구원장으로서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당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당 대표와는 원장 맡기 전보다 훨씬 소통이 많아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조금 지났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민생이 어렵다, 경제운용을 잘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제일 큰 문제가 대통령의 현실감 부족입니다. 민생의 어려움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고, 공감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안에 대한 반응이 엉뚱하게 나옵니다.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란 말은 저도 충격받았습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 주변에서 얘기를 제대로 하고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참모들이 그것에 실패한 것같아요. 대통령 모시고 재래시장 가서 민생 챙긴다는 게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해드려야죠. 정말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영화에서처럼 번개가 꽝 쳐서 대통령이 확 깨어나시든지, 주변에 정말 대단한 사람을 갖다 놓든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민주당 정책은 크게 보면 케인즈주의죠. 정부 운용을 적극적으로 해서 국민을 잘 돌보자, 이재명 대표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기층 민중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좀 더 하자는 것 정도지요. 우리도 모든 정책을 시장 경제 바탕 위에서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따라서 ‘재정 균형’을 중시하는데 단기적인 경제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지요. 총수요(소비와 투자)가 부족할 때 정부가 대응해줘야 하는데 재정균형을 얘기해요. 그러면 경기 후퇴가 오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지요. 이재명이 대통령을 했다면, 서민 혹은 기층 민중에 대한 배려를 하는 정책들을 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수지 균형을 맞춰야하지만 경기가 나쁠 때 거기에 매몰되면 결과가 더 나쁩니다. 요즘엔 장기에도 균형 재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윤석열 정부가 감세를 많이 했는데, 세수가 큰폭 감소하고 있습니다.

“감세를 본격적으로 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죠. 기업 경영하면서 법인세 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대거 감세를 하고 그 독박을 누가 썼지요? 박근혜 정부였습니다. 세수 펑크 메꾸느라고 담뱃세까지 올렸잖아요.”

―민주당이 총선 때 공약한 대로, 이재명 대표가 대표로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인당 25만∼35만원을 국가가 지급하는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부·여당은 단호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총수요 진작은 매우 필요하지만, 전국민 현금 지원은 재정승수(국민소득 증가 효과를 재정지출 규모로 나눈 것)가 낮아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산이 13조원 드는데, 우리 경제규모에 견줘볼 때 그 정도 국가부채 증가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클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년 세수 펑크가 56조원이었잖아요. 우리는 효과를 생각해 차등 지원도 좋다, 재정적자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면 액수도 협상할 수 있다 다 열어놓고 있습니다. 현금 지원 아닌 다른 더 좋은 총수요 진작 방안이 있나요? 과거에는 건설 경기 부양했는데 인프라 투자는 이제 거의 다 됐고, 그러니까 이거라도 하자는 겁니다. 경제정책에서 100점짜리 답안이 어디 있겠어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연간 25만원씩 기본소득 지급하고, 임기중 연간 100만원까지 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그 일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선 때 한 얘긴데, 실은 지금이 더 절박해졌어요. 우리 경제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줄어드는 게 맞겠죠. 그러나 질서있는 변화를 해야 합니다. 당장은 살려야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출생 기본소득, 기본주택, 대학 무상교육, 간병 건강보험 적용, 경로점심 지원 등 ‘기본사회 5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기본소득’을 앞세우는 것과는 약간 결이 다른 것인데, 앞으로도 그 기조로 가는 것입니까?

“기본소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예산이 많이 필요합니다. 조달하는 방법은 세금을 크게 늘리든가, 빚을 늘리든가죠. 둘 다 국민에게 짐이죠. 기본소득 정책은 늘 그런 딜레마에 봉착하기 때문에 우선 ‘기본 서비스’의 확장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어죠. 그 전에는 ‘원호’라든가 ‘생활보호’란 표현을 썼는데, 국민의 경제적 자유 확대를 위해 국가의 의무로 ‘기초생활 보장’을 하게 된 것입니다. 교육을 받는 것, 주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금융서비스의 이용 이런 것들에서 누구나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누릴 수 있게 국가가 제공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안되는 걸 당장 하자고 하는 건 이론가들의 일이고, 우리는 인권과 생활권을 위한 정책을 확대해가는 겁니다. 그것이 기본소득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박근혜 정부 때 기초연금 도입했잖아요. 만나면 고맙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습니다.”

―당면 경제상황에서 민생의 고통이 크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의 하락, 고용의 질 악화, 가계부채의 팽창 등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폈는데 윤석열 정부는 지금도 그것과 싸우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있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시작해서, ‘혁신적 포용 성장’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문제의식, 기층 민중에 대한 배려, 시장에 대한 존중은 이어가되 정책 툴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얘기한대로 ’기본 서비스’를 많이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기본소득은 ’특화된 부분적 기본소득’, 예를 들어 ‘농촌 소득’을 생각하는데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험을 해보고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본서비스든 기본소득이든 재원으로 중요한 게 세금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종부세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이 나왔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한 말같습니다. 종부세는 이미 과세 대상자가 확 줄어있습니다. 세금액도 그렇고. 총선 때 지역구 다니면서 세금 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걸 종부세가 과하다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연간 투자소득이 5천만원 넘을 때 내는 게 금융투자소득세인데 제 주변에선 그런 사람 못봤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크니 우리 당에서도 금투세 완화를 주장하는 분이 없지 않은데, (폐지하자는 요구에)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상속세는 더 이상 낮추면 안됩니다. 저는 가업상속 공제 제도에 대해서는 대상을 확대한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구를 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일본 막부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가업’이 아닌 걸 가업이라고 세금 공제를 해주는 건 잘못된 것이죠.”

―주거비, 집값, 부동산 경기 이것들은 사람들의 이해가 제각각입니다.

“제일 어려운 사안입니다.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저는 공공 임대주택에 집중할 것을 주문합니다. 우리나라는 임대주택을 지어놓고는 머잖아 분양해버리니까 재고가 적습니다. 싱가포르는 20%쯤 되는데, 정부가 임대주택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재고를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임대료 조절이 가능한 수준으로요. 젊은이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집 사서 돈벌게 해주겠다, 주식투자해서 돈벌게 해주겠다’ 그런 쪽 얘기를 주로 하죠.”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우리 경제는 무역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남북관계와 국제 정치·경제 환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큰데, 6월23∼27일 정동영, 김병주, 위성락 의원과 미국을 다녀오셨지요?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세력이 되었습니다. 미국도 윤석열 정부 말만 들을 게 아니고, 민주당의 이야기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국무부 관리들을 두루 만나고, 상하원 의원들을 만났습니다. 가서 정말 놀란 것은 한국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선 보수 진보 막론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너무 예뻐합니다. 일본과 관계를 풀라는 오랜 숙원을 해결했다고 생각해요. 민주당도 한미동맹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일본까지 삼각으로 엮인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민주당도 한미일 동맹은 반대한다. 그걸 얘기했습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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