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선진 한국, 메가시티가 해답이다

이준기 2024. 7. 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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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말도 안 되는 공약이라 평가절하했지만 이후 그 대상이 구리, 하남, 광명 등 서울 인접 도시들로 번지면서 선거기간 내내 이슈 몰이를 톡톡히 했다. 물론 선거가 끝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논의가 사라지고 없지만 말이다.

여당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과제를 선거용 불쏘시개로 써먹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방소멸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할 때 메가시티 구상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논의와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주제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이 사는 도시를 뜻하는 메가시티는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34개가 있고 도시화로 인한 인구 집적 추세로 인해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 파리, 뉴욕, 도쿄, 상하이 등 각국의 수도나 널리 알려진 제1도시들이 대표적인 메가시티들이다. 최근엔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 영국의 멘체스터시티리전 등 수도가 아닌 지역의 몇 개 도시가 연합해 교통, 물류 등 사회기반시설을 공유하는 ‘메가리전(mega region)’들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속출하는 좀비 지자체, 균형발전론의 함정과 최후

올해 전국 243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04곳에 달한다고 한다. 엄격히 얘기하자면 경제적 파산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소비 부진으로 인한 지방세 감소,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지출의 증가 등도 재정 악화를 가속화 시킨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공공안전, 교육, 복지 등의 필수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등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는 ‘지방소멸’의 위기로 이어진다. 지방정부는 투자와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기에 지역 내 일자리 감소와 경제 활동 둔화로 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키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지리적, 정치적 요인을 빼고도 생존을 위한 경제적 생존이 절멸 수준에 도달했다. 미루고 따질 이유도 없이 경제단위 자립능력이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은 재앙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의 팽창,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은 지방의 활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각 지자체들의 자기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안간힘은 애처롭다. 이 추세대로라면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유령도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자기 지역으로 전입하면 돈 주고 출산하면 돈 주는 식의 비슷한 지원정책이 횡행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산업화 이전엔 산과 하천 등 지리적 요인이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산업화와 통신, 교통 인프라가 급격히 고도화된 오늘날 굳이 226개나 되는 지자체를 운영하고 3단계 지방자치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일 뿐이고 수도권의 자기장에 지방이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위협요인일 뿐이다. 지나간 유행가를 더 이상 들을 이유는 없다.

이제 마지막 카운트다운, 발상의 전환이 생존의 길이다.

그동안 수도권 팽창에 대한 대응전략은 국토균형발전론이 대세였다. 모든 지역을 고루 발전시켜 지역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과 돈, 인프라는 규모가 큰 곳으로 점점 쏠릴 수밖에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와 경제권이 형성되지 않으면 갈수록 빨라지는 수도권 비대화라는 대세를 이겨낼 수 없다. 인구 10만 명 수준의 시, 군이 각개전투하며 산업, 의료, 관광, 정치 자원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인다고 해답이 나올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구 500만 명 이상의 광역권으로 뭉쳐 자원을 공유하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 영역에서 나타난 부·울·경 통합론에 이어 최근 불거진 대구 경북 연합론 또한 이러한 현상의 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 생존의 길은 과거로부터의 이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1000만 메가시티가 답이다

과거 지나간 산업화 시대의 지역화의 망상에서 벗어날 때다.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행 체제는 지역이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해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구가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폭넓은 자치기능을 보유한 메가시티가 필요한 예산을 직접 수취하고 독자적인 법령을 제정할 수 있게 한다면 메가시티별 정책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정책실험을 통해 국가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에도 반영할 수 있다.

메가서울 (서울+경기북부), 메가경충 (경기남부+충청), 메가강경 (강원+경북+대구), 메가부울경 (부산+울산+경남), 메가전라 (전라+제주+광주)로 발 빠른 재조정이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크게 보면 전국을 5대 광역권으로 재편해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이양받아 각 광역권이 자기 지역의 특색과 고유한 경쟁력을 발판으로 성장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절충이 없는 양극단적인 정치 행태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각자 독립적인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적, 기능적, 법적 자율성도 가미할 수 있는 미래의 길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란 말이 잠깐 유행했던 적이 있다.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국가의 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내리막도 가파른 것 같은 두려움이 시나브로 엄습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매년 수십조의 예산을 저출산대책으로 쏟아붓고 있지만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물을 많이 쏟아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밑 빠진 독을 메우는 것이다. 226개로 갈가리 찢어져 예산과 인적자원을 무의미하게 소진하는 현행 지자체를 5대 메가시티 간의 정책경쟁 구도로 재편해야 한다. 오뉴월 땡볕에 분무기로 백날 물을 뿌려봐야 가뭄은 해갈되지 않는다. 물줄기를 모아 폭포수를 흘려보내야 할 때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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